미중 외교장관, 5시간 회담 “건설적 만남”… 정상 간 대화도 성사되나

입력
2022.07.10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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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러 밀착 우려… "우크라 침공 규탄해야"
중국, "합의 이행 채널 만들자"… 제안 목록 전달
이례적 호평한 중국 언론, 정상 간 대화도 언급

미국과 중국 외교 수장이 우크라이나 전쟁, 대만 문제 등 주요 안보 현안을 논의했다. 서로 사안을 바라보는 시각과 입장은 여전히 달랐지만 양국 모두 건설적 만남이었다며 긍정적 평가를 내놨다. 현재 추진 중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전화 회담도 성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 “러시아·중국 공조 관계 우려” 표명

AP통신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 회의를 끝마친 다음 날인 9일(현지시간) 현지에서 만나 양자 회담에 이어 오찬을 함께하며 5시간가량 대화했다.

두 장관의 대면 회담은 지난해 10월 말 로마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이후 8개월 만이다. 앞서 국방장관 회담(6월 10일), 미국 재무장관과 중국 경제 부총리의 통화(7월 5일), 합참의장 간 통화(7월 7일) 등 양국 고위급 소통이 이어지는 흐름 속에 성사됐다. 이날 회동에서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와 이를 묵인하는 중국의 전략적 공조 관계를 견제했고, 중국은 대만 문제를 집중 거론했다.

회담 후 블링컨 장관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회담 내용을 설명하면서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의 연계를 우려한다”고 말했다. 이어 “명백한 침략자가 존재하는 분쟁에서 중립을 지키기는 어렵고 심지어 불가능하다”며 “지금은 러시아의 침공을 규탄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블링컨 장관은 또 “현재로선 러시아가 외교 협상에 진지하게 임할 것이라는 신호를 볼 수 없다”며 “우리가 러시아의 침공에 대항하지 않으면 힘이 정의가 될 것이며 이는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관세, 무역, 인권, 대만, 남중국해 분쟁 등 여러 논쟁적인 의제들도 회의 테이블에 올라왔다. 블링컨 장관은 “이러한 현안은 모두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중국의 입장 때문에 복잡해졌다”면서 “중국은 대만 주변에서 보이는 도발적 행동과 언사를 자제해야 하며 미국은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가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중국 “대만 문제 간섭 말라” 경고

중국도 대만 문제에 집중했다. 중국 관영 중앙TV(CCTV)에 따르면 왕 부장은 회의에서 “미국이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이상 ‘하나의 중국’ 정책을 왜곡하지 말아야 하며 중국의 평화통일 과정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 “대만 독립 세력에 잘못된 신호를 주지 말고 중국인의 영토와 주권 수호 결심을 저평가하거나 대만해협 평화를 매장시키는 파괴적인 잘못을 범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중국 내정 간섭, 인권 때리기, 중국의 정당한 이익 침해를 중단해야 한다”면서 대중국 고율 관세 폐지, 중국 기업에 대한 제재 중단도 요구했다.

왕 부장은 미국이 ‘양국 간 충돌을 막는 가드레일’을 거론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중국도 “양국 정상 합의를 이행할 채널을 만들어 각 영역에서 교류를 조율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대중국 정책과 언행 중 시정해야 할 사항 △중국이 우려하는 중요 사안 △중국이 우려하는 중국 관련 법안 △양국이 협력할 8개 영역 등 가드레일 설정을 위한 요구 사항을 미국에 건넸다.

양측은 이번 회동에 만족감을 표했다. 블링컨 장관은 취재진에게 “대화가 유용하고 솔직하고 건설적이었다”고 평가했다. CCTV도 “양측은 미중 관계 및 공통 관심사인 국제ㆍ지역 현안에 대해 포괄적이고 깊이 있고 솔직하게 장시간 소통했다”며 “양측 모두 이번 대화가 실질적이고 건설적이며, 상호 이해 증진, 오해와 오판 감소에 도움이 됐다는 점을 인식했다”고 해설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글로벌타임스는 10일 전문가들을 인용해 “미중 외교 수장 간 5시간 회담은 향후 정상 간 회담을 위해 좋은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이례적인 논평까지 내놨다. 조만간 미중 정상 간 전화 통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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