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박서함·재찬 찾아요"…BL 콘텐츠 제작사의 고심

입력
2022.07.10 09:18
왓챠 오리지널 '시멘틱 에러' 돌풍 후 BL 장르 산업 확장
원하는 비주얼·연기력 찾는 제작사들의 고심 짙어

'시맨틱 에러'의 흥행 여운이 여전하다. 이에 BL(보이즈 러브) 콘텐츠들이 우후죽순 쏟아지면서 제2의 '시맨틱 에러'가 되길 갈망한다. 웹소설과 웹툰을 기반으로 한 작품들이 제작을 앞두고 캐스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제2의 박서함 재찬이 되고 싶은 이들도 줄을 이었다. 하지만 많은 제작사들이 고민에 빠졌다. 마니아층의 기대를 맞추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원작의 싱크로율을 맞추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공개된 왓챠 '시맨틱 에러'는 8주 연속 왓챠 시청 순위 1위를 기록하며 그야말로 음지 문화를 신드롬으로 만들어냈다. 공개된 지 4개월이 지났음에도 왓챠 시청 순위 TOP10 상위권에 머물며 장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부수적인 경제 효과도 크다. 충성도 높은 드라마 팬덤은 리디 플랫폼 내 웹소설·웹툰에 관심을 가졌고 구매 현상까지 이어졌다.

충성도 높은 원작 팬덤은 양날의 검?

여성 팬들이 주축인 BL 장르 문화는 주로 풋풋한 청춘물들이 많이 포진돼 있다. 스킨십보다는 감정적인 교감에 집중하면서 이성 간 사랑 이야기와 다르지 않는 전개를 보였다. 덕분에 성소수자의 이야기지만 진입장벽이 높지 않아 유입이 원활하게 이뤄졌다. 고정관념에서 탈피한 BL 콘텐츠들은 이제 하위문화에서 장르 문화로, 음지에서 양지로 올랐다. 과거 보수적이었던 국내 소비자 인식이 한 계단을 오른 셈이다.

통상적으로 장르 특성상 BL 콘텐츠들은 모두 '꽃미남상'을 선호한다. 원작의 싱크로율을 고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업계에서 원하는, 화려한 이목구비를 가진 배우들은 정작 BL 콘텐츠 출연을 기피한다. 게이를 연기해야 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인데다가 작품에 대한 프레임이 자칫 배우의 이미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었다.

문화 특성상 원작 팬덤의 영향력도 큰 편이다. 원작 팬덤은 주로 캐릭터와 배우 간 높은 싱크로율을 요구한다. 이 마니아층은 적극적으로 작품에 대한 피드백을 내놓고 섬세하게 분석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원작의 완성도를 와해시켰다가는 충성도 높은 팬덤에게 원성을 듣기 딱 좋다. 원작 고유의 매력과 강점을 살려야 한다는 압박감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결국 BL 콘텐츠들은 원작과의 차별화를 두기보단 장점을 극대화하면서 각색하는 쪽을 선택했다.

콘텐츠 제작사들은 거듭 새로운 얼굴을 찾는 중이다. 제2의 재찬 혹은 박서함을 찾겠다는 의지가 뚜렷하다. 다만 주로 신인 배우들이 오디션에 지망한다는 아쉬움도 있다. 사실 BL 장르 특유의 탄탄한 팬덤이 신인 배우들에게는 인지도를 확실하게 다질 수 있는 매력적인 기회다.

그룹 DKZ는 재찬의 '시맨틱 에러' 출연 덕분에 처음으로 음반 10만 장 판매 기록을 세웠다. '시맨틱 에러' 공개 전 앨범 '체이스 에피소드1. 꿈'이 초동 1,400장 판매라는 수치와 비교했을 때 약 100배 가량 상승했다.

이렇듯 재찬의 선례가 신인 배우들에게는 꿈만 같은 지표가 됐다. 앞서 BL 드라마 '나의 별에게' 시리즈는 공개 플랫폼 티빙 드라마 인기 순위 상위권에 랭크될 뿐 아니라, 일본 라쿠텐TV 월간 한국드라마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의 성과를 얻었다. 작품 하나로 글로벌에 얼굴을 알릴 수 있는 기회다. 결국 BL 콘텐츠가 '신인 등용문'이 된 시점이다. 이에 제2의 '시맨틱 에러'를 만들기 위한 제작사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우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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