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초점] 나영석 PD가 꺼낸 비장의 카드, '여성 예능인'

입력
2022.07.08 08:18
tvN 새 예능 '뿅뿅 지구오락실', 나영석 PD의 도전
MZ세대 여성 출연진으로 진부함 탈피 꾀해

"촬영하면서 '금광을 캤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나영석 PD의 새 비장의 카드는 'MZ세대 여성 예능인'이다. 이영지를 필두로 이은지 미미 유진으로 구성된 새 예능 '지구오락실'의 반응이 뜨겁다. 요즘 말로 '영한 에너지'를 입은 나영석 표 예능은 통통 튀고 새롭다.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분위기다.

tvN '뿅뿅 지구오락실'(이하 '지구오락실')은 지구로 도망간 달나라 토끼를 잡기 위해 뭉친 4명의 용사들이 시공간을 넘나들며 펼치는 하이브리드 멀티버스 액션 어드벤처 버라이어티다. 1회 방영 직후부터 시청자들의 호평이 쏟아졌다. TV 화제성 분석 기관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발표한 6월 5주 차 비드라마 화제성 부문에서 2주 연속 1위를 기록했다. 티빙 내 유료 가입 기여자 수와 시청UV 모두 예능 부문 1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간 나영석 PD는 KBS2 '1박2일'을 연출하며 스타 예능 PD로 이름을 알렸다. CJ ENM으로 이적한 후 '꽃보다' 시리즈와 '삼시세끼' '신서유기' '윤식당' 등을 연이어 히트시켰다. 티빙으로 활동 영역을 옮긴 후 '출장 십오야' 등으로도 사랑 았다.

하지만 익숙함이 수년간 지속되면서 진부하다는 의견들도 존재했다. 강호동이 고함을 지르고 이수근이 말을 얹고 은지원이 엉뚱한 말을 하면서 게임 혹은 미션을 실패하는 모습은 너무나 익숙한 장면이다. 이는 결국 자기복제에 대한 지적으로 이어졌다. 특히 나영석 PD는 그간 유해진 차승원 윤여정 이서진 등 꾸준히 익숙한 출연진을 기용했다. 강호동을 앞세운 '라끼남', 송민호 피오의 '마포 멋쟁이' 등이 그 예시다. 포맷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신서유기'와 '출장 십오야'에서는 게임을 하고 '윤식당' '윤스테이' '삼시세끼'에서는 요리를 했다.

각 프로그램의 특색은 주로 배경에서 나왔다. 섬 혹은 한적한 시골, 스페인 등이 예쁜 그림처럼 펼쳐졌고 당시 유행처럼 번진 '힐링 예능'의 대표작이 됐다. '나영석 사단'이 비슷한 결을 이어가면서 시청자들에겐 익숙한 장르가 됐다.

앞서 나영석 PD는 한 방송을 통해 "좋아하는 게 한정돼 있기 때문에 자기 복제를 좋아한다. 자기 복제를 하면서 그 안에 새로운 모습을 넣으려고 노력한다"고 직접 언급을 하기도 했다. 가장 하고 싶은 주제를 선택하면서 리스크를 줄이고 강점을 극대화하는 나영석 PD의 전략은 주로 통했다.

그렇기에 나영석 PD에게 이번 '지구오락실'은 분명히 도전이었다. 기성세대 배우 혹은 코미디언과 주로 호흡했던 나영석이 매너리즘에 빠지기 전 선택한 것이 MZ세대·여성 예능이라는 점이 유독 인상 깊다. 그간 섭외에 있어서 나영석 PD는 꽤 보수적인 편이었다. 특히 아이돌들을 두고 신비주의에 가깝다는 인상을 느낀 후 섭외 구성할 때 선을 그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시대가 달라지고 나영석 PD에게 아이돌이 그저 하나의 직업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히면서 이번 '지구오락실' 라인업 구성에도 영향을 줬다. 덕분에 오마이걸 미미와 아이브 유진은 그룹이 아닌 개인으로서 발굴될 수 있었다.

나영석 PD로서는 자기 복제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업적을 쌓았다. 물론 '지구오락실'이 나영석 표 플롯을 저버린 것은 아니다. '신서유기' 포맷처럼 게임을 하고 웃긴 장면을 연출한다. 하지만 용사로 불리는 네 여성들(이은지 미미 이영지 유진)의 활약이 너무나 뜨겁다. "영석이 형"에게 스스럼없이 역미션을 낸다. 태국에서 벌어지는 시트콤 같은 에피소드들은 아는 맛이지만 또 새롭다. 나영석 PD는 과거 후배에게 "본인이 잘하는 것에 10%나 20%의 새로운 가능성을 덧붙이는 게 좋지 않겠냐"고 조언한 바 있다. 그의 말대로 '지구오락실'은 나영석이 가장 잘 하는 게임 미션 포맷에 새로운 가능성인 여성 예능인들을 더한 결과물이다.

우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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