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는 폭우가 쏟아졌는데 이제는 폭염이다. 여전히 장마전선은 옆에 있지만 당분간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최고 체감온도가 31도 이상 오를 것으로 예보됐고, 일부 지역 수은주는 벌써 35도 넘게 치솟았다. 무더위와 한바탕 싸워야 할 판이다.
더위가 몰아치면 따라오는 불청객이 하나 있다. 열로 인해 발생하는 온열질환이다. 뜨거운 환경에 장시간 노출 시 두통, 어지러움, 근육경련, 피로감, 의식저하 등의 증상을 보이고, 방치하면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는 열사병과 열탈진이 대표적인 온열질환이다.
2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온열질환은 건강수칙을 잘 지키는 것만으로도 예방이 가능하다. 물을 자주 마시고 더운 시간에는 휴식을 취해야 한다. 폭염주의보·경보가 발령되면 갈증을 느끼기 전부터 규칙적으로 수분을 섭취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불가피한 야외 활동 때는 챙이 넓은 모자, 밝고 헐렁한 옷 등을 착용해야 한다.
음주는 체온을 높이므로 피하는 게 좋다. 다량의 카페인이 함유된 커피나 탄산음료는 이뇨작용으로 탈수를 유발할 수 있어 과음하지 말아야 한다. 심혈관질환, 당뇨병, 뇌졸중 등 만성질환이 있는 경우 더위가 증상을 악화해 활동 강도를 평소보다 낮추는 것이 좋다. 또한 어린이나 거동이 불편한 노약자는 자동차나 집에 혼자 남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만약 온열질환자가 발생하면 즉시 시원한 장소로 옮긴 뒤 물수건이나 얼음 등으로 몸을 닦아주고 부채나 선풍기 등으로 체온을 내려야 한다. 증상이 호전되지 않으면 주저하지 말고 의료기관을 찾아야 한다.
식약처가 최근 5년간(2017~2021년)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신고된 온열질환자는 1만395명에 이른다. 여기에는 추정 사망자 99명이 포함돼 있다. 환자가 가장 많았던 2018년에는 4,526명 중 48명이 추정 사망자다. 그만큼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다.
5년간 온열질환자는 남성이 76.0%로 여성보다 3배 가까이 많았다. 연령별로는 50대와 60대에서 환자가 많이 발생했다. 주로 실외 작업장(31.5%)과 논밭(13.5%)에서 활동 중 증상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고, 절반가량(48.3%)은 낮 시간대(12~17시)였다.
올해는 5월 20일부터 지난달 29일까지 온열질환자가 벌써 206명 발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74.6%(88명) 늘었다. 식약처는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면 온열질환자가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은 "장시간 실외 활동을 자제하고 물을 충분히 마시며 주기적으로 휴식하는 등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