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주권반환 25주년을 맞은 1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9년 홍콩 민주화 시위를 "폭동"으로 규정했다. 홍콩을 방문한 시 주석은 "애국자가 다스리는 홍콩을 실현해야 한다"고 말해 홍콩을 중국식으로 장악하겠다는 뜻을 숨기지 않았다. '애국자'는 중국이 홍콩 내 친중파를 지칭할 때 쓰는 표현이다. 홍콩 주권을 중국에 넘겨 준 영국은 "홍콩을 포기하지 않겠다"며 시 주석을 직격했다.
시 주석은 이날 홍콩컨벤션센터에서열린 홍콩 주권반환 25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애국자가 홍콩의 통치권을 확고히 장악하는 것은 홍콩의 장기적 안정을 보장하기 위한 필연적 요구"라며 "흔들려선 안 된다"고 했다. 이어 "세계 어떤 국가나 지역, 국민도 비애국적이고 심지어 매국적·반역적이기까지 한 세력과 인물에게 정권을 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홍콩인이 홍콩을 다스린다'(港人治港)는 원칙을 유지해왔지만 2019년 홍콩 민주화 시위 이후 '애국자가 통치하는 홍콩'으로 정책을 180도 전환했다. 시 주석은 기념식에 앞서 케리 람 홍콩 행정장관을 만나 "지난 5년간 중앙정부의 확도한 지지 아래 일국양제 방침과 기본법을 확고히 이행해 폭동을 제지했다"며 2019년 홍콩 범죄인의 중국 송환법에 대한 저항으로 시작된 홍콩 민주화 운동을 '폭동'이라고 표현했다.
시 주석은 기념식 연설에서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를 20차례 언급하며 "세상이 공인하는 성공을 거뒀다"고 자평했다. 중국과 영국은 1984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이후에도 50년간 홍콩의 정치체제를 유지한다는 협정을 맺었다. 중국은 일국양제가 성공을 거뒀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미국과 서방은 시진핑 시대에 들어 홍콩 자치권이 급격히 무너지며 이 원칙이 깨지고 있다고 여긴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올린 영상 메시지에서 "중국이 일국양제를 준수하지 않고 있다"며 "홍콩인들의 권리와 자유, 홍콩의 계속되는 진보와 번영이 위협받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영국은) 홍콩을 포기하지 않고 25년 전의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 역시 성명을 내고 "7월 1일은 일국양제 원칙에 따라 약속된 50년간의 자치 기간의 중간 지점"이라면서 "그러나 홍콩과 중국 당국은 민주주의적 참여와 근본적 자유, 독립적인 언론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점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시 주석은 배우자인 펑리위안 여사와 6월 30일 전용 열차 편으로 홍콩에 도착했다. 시 주석의 홍콩 방문은 2017년 주권반환 20주년에 이어 5년 만이다. 시 주석이 중국을 떠난 건 코로나19 대확산이 시작된 2020년 1월 이후 2년 6개월 만이다.
5년 전엔 홍콩 곳곳에서 반중국 단체들의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시 주석의 이번 방문 기간엔 홍콩이 대체로 조용하다. 시 주석이 방문하는 주요 지역을 봉쇄하는 등 홍콩 당국이 외부인 접근을 철저히 차단한 결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