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해수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이하 '종이의 집')으로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전 세계의 뜨거운 사랑을 받은 '오징어 게임'에 이어 이번에도 빌런(악당)을 연기해 호평을 얻는 중이다. 선이 굵은 외모에 저음의 목소리를 지닌 그는 내적 불안감을 눈빛으로 탁월하게 표출하는 배우이기도 하다.
지난 24일 공개된 '종이의 집'은 통일을 앞둔 한반도를 배경으로 천재적 전략가와 각기 다른 개성 및 능력을 지닌 강도들이 기상천외한 변수에 맞서며 벌이는 인질 강도극을 다룬다. 극 중 박해수는 북한 개천 강제수용소를 탈출한 베를린 역으로 분했다.
연이어 배신자 캐릭터를 맡게 된 박해수는 최근 본지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누군가는 욕받이가 돼야 하지 않겠나"라며 크게 웃었다. "욕 먹는 건 감사한 일이죠. '오징어 게임'도 '종이의 집'도 (캐릭터가) 그 안에서도 욕 먹으면서도 이유가 있어요."
'오징어 게임'에서 기훈(이정재)의 동네 후배 조상우를 연기했던 그는 극한의 이기심과 이중성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공분을 샀다. 하지만 실제로는 거짓말을 잘 못하는 타입이라고 털어놨다.
"일상에선 크게 거짓말을 안 해요. 작품 안에서 이런 캐릭터를 맡으면 일상에서 못하는 걸 하는 카타르시스가 있어요. 모든 캐릭터, 심지어 선한 캐릭터들도 거짓말을 하고 우리도 생각해보면 모든 것이 다 진실은 아니죠. 지금도 집에 있는 모습과 다르게 머리도 하고 메이크업도 했잖아요. 이것 역시 거짓말이죠. 전 그런 게 재미있어요."
작품 속 빌런이 잘 어울리는 박해수의 실제 성격도 궁금했다. 그는 '종이의 집' 베를린과 비슷한 점도 일부 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유리멘탈'이라고 귀띔해 웃음을 자아냈다.
"근래 생각이 든 건 제가 좀 감정이 메마른 거 같다는 점이에요. 현대인들이 그런가 싶기도 한데, 감정이 메말랐다고 생각할 때가 있어요. 굳이 감정을 표출하며 사람 관계를 하는 게 불필요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거든요. 하지만 어떤 목적을 위해 누구의 희생을 요구하는 건 정반대죠. 개인적인 박해수는 귀도 얇고 단순하고 유리멘탈인 그런 성격입니다. 멘탈을 잡으려고 스스로 노력을 많이 하고 있어요."
'종이의 집'에 출연하면서 배우들과 교류도 많았다. 그는 모든 강도단과 7개월간 한 공간에 있으면서 배우로서의 고민도 풀어내고 작품 얘기도 많이 했다고 회상했다. 특히 덴버(김지훈)나 나이로비(장윤주)와는 밤새 통화하고 작품 얘기를 했단다.
박해수는 작품 공개 이후 주변 반응에 대해 묻자 "내가 작품을 같이 한 배우들이나 친구들은 서로 뭘 하건 연락을 잘 안 한다"며 웃었다. "문자로 '잘 봤다, 좋다' 이 정도밖에 없었어요. 오히려 제가 물어보는 편이죠. '어땠냐, 솔직히 말해봐' 하면 '괜찮았어' 하더라고요."
그는 원작과 비교하며 작품을 바라보기보다 한국 작품 그대로의 '종이의 집'으로 봐주길 원한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명명백백하게 비교 대상이 있고 호불호가 있을 수 밖에 없을 거 같아요. 숙명이라 생각했어요. 비교가 안 될 수 없겠지만 그 안에서 차이점을 두고 다르게 표현하기보다는 우리가 하고 싶은 얘기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베를린 캐릭터를 구현하면서는 어떤 생각으로 임했을까. "저는 배우를 떠나서 사람 박해수로서 개인적으로 분단 국가와 전쟁, 난민에 대한 관심이 많이 있어요. 그 부분을 생각하면 마음이 많이 아프더라고요. 이 작품에 참여하며 개인적인 숙제가 있었어요. 베를린이란 캐릭터가 가장 은유적이고 함축적인, 픽션이지만 조금 현실성 있는 캐릭터로 보여지길 원했고 그래서 많은 준비를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