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주류인 힌두교도와 소수인 무슬림 간의 뿌리 깊은 갈등에 다시 불이 붙고 있다. 인도 집권당 인사가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에 대한 '모욕성 발언'을 하자 무슬림들이 들고 일어났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해당 발언을 옹호한 힌두교도가 무참히 살해당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양측 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대규모 유혈사태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29일(현지시간) 힌두스탄타임스 등 인도 매체에 따르면 전날 인도 서부 라자스탄주 우다이푸르에서 무슬림 남성 2명이 힌두교도인 재단사 칸하이야 랄(40)을 그의 가게에서 참수했다. 이들은 랄을 살해하는 장면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면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향한 살해 위협 메시지도 남겼다.
발단은 모디 총리가 속한 인도국민당(BJP) 대변인 누푸르 샤르마 대변인의 발언에서 비롯했다. 그는 5월 26일 TV 토론에 출연해 무함마드가 6세 여아(세 번째 아내 아이샤)를 아내로 맞았다고 비판했다. 랄은 샤르마 대변인의 발언을 지지하는 글을 SNS에 공유했고, 이후 살해 위협을 받고 있었다고 외신은 전했다. 이슬람권에서는 무함마드를 조롱하거나 비판하는 것을 곧 이슬람 전체에 대한 모욕으로 여긴다.
샤르마 대변인의 발언 이후 이슬람권이 크게 격앙된 가운데 랄의 피살은 고질적 종교 갈등에 기름을 붓는 촉매제가 됐다. 현지 언론은 랄의 살해 용의자 2명이 이슬람원리주의를 추종하는 이슬람형제단이나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단체와 연관됐을 가능성에 대해 조사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양측 긴장이 고조되면서 자칫 대규모 유혈사태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모디 총리의 힌두 민족주의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노골적으로 힌두 민족주의를 내세운 모디 총리의 재집권 이후 종교 갈등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2019년 인도 정부가 추진한 시민권법 개정 등은 무슬림을 탄압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인도는 13억8,000만 명 전체 인구 중 80%가 힌두교다. 무슬림은 2만 명(14%) 정도로 소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