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내 결론?… 법원 재정신청 늑장 처리에 당사자들 분통

입력
2022.07.01 10:00
재정신청 결론 지연 이유 밝히지도 않아
법원 "판사 재량 따라 기간 넘길 수 있어"

50대 남성 유모씨는 2014년 황당한 일을 겪었다. 추행을 당하던 여성 노숙자를 도와주려다 행인들과 시비가 붙었는데, 출동한 경찰에게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체포된 것이다. 유씨는 경찰들에게 손가락과 팔이 꺾이는 폭행까지 당했다.

억울했던 유씨는 사건 현장 폐쇄회로(CC)TV를 찾았다. 다행히 당시 모습이 화면에 담겨 있었고, 유씨는 자신을 체포했던 경찰관 2명을 고소했다.

검찰은 경찰관 한 명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독직폭행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나머지 한 명은 무혐의 처분했다. 유씨는 검찰에 항고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재정신청을 위해 법원을 찾았다.

하지만 금세 나올 것 같았던 재정신청 결과는 1년이 지난 뒤 나왔다. 법원은 "증거 부족"이란 짤막한 이유와 함께 유씨 신청을 기각했다. 1년 동안 기다렸지만 결과도 이유도 허무했다.

오래 걸리고 이유는 간단히…진정인 '부글부글'

검찰의 무혐의 혹은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법원에 재정신청을 하는 당사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형사소송법상 규정된 '접수 이후 3개월'이라는 결정 기간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기각 사유도 구체적 설명 없이 '증거가 없다'는 식으로 간단히 기재돼 있어, 사법 불신을 초래한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1일 한국일보가 확보한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6월까지 결정된 재정신청 결정문 8건을 봐도 '늦장 결정' 실태를 금세 알 수 있다. 절반에 해당하는 4건이 접수일로부터 3개월을 넘겨 결정됐고, 이 중에는 1년이나 걸린 사건도 있었다. 법원은 8건 모두 기각 결정하면서 그 사유로 "검찰의 불기소 처분이 부당하다고 인정할 만한 자료가 부족하다"고만 적었다.

결정기한 구속력 없다지만

언론에 보도되는 등 사회적 이목을 끈 사건의 경우, 법원의 결정 기간은 비교적 짧았다. 임은정 대구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검사가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교사 수사방해 의혹'으로 낸 재정신청의 경우 기각 결정이 나올 때까지 12일이 걸렸다. 반면 '유령수술'로 피해를 입은 한모씨는 같은 재판부에서 판단을 받았지만, 넉 달이나 걸렸다.

법원은 3개월 기한을 지키지 않는다고 위법은 아니란 입장이다. '원칙적으로 3개월 내에 결정해야 한다'는 법 조항은 '권고적 규정으로 구속력이 없다'는 것이다. 사건 경중 또한 조사 내용에 따라 판사의 기록 검토 기간이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다는 게 법원 설명이다.

사건 당사자들은 '좀 더 친절하고 신속히 결정하는 법원'의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최정규 원곡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진정인 입장에선 법원이 사건 내용에 따라 차별적으로 다루는 게 아닌지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며 "결론을 내리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던 이유와 기각 사유를 결정문에 반영하는 게 당사자들에 대한 배려"라고 지적했다.


문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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