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로 복귀한 윤두준에게 '구필수는 없다'는 그야말로 '모든 것을 짜낸 작품'이다. 제 역량을 알기에 아쉬웠다는 소회가 이어졌다. 개국 드라마 또 신생 채널에 대한 부담감도 있었을 테지만 윤두준은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해냈다. 다음 행보에 대한 준비까지 마친 윤두준이다.
윤두준은 지난 24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본지와 만나 ENA '구필수는 없다'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작품은 가족은 있지만 살 집은 없는 치킨가게 사장 구필수(곽도원)와 아이템은 있지만 창업할 돈은 없는 청년 사업가 정석(윤두준)이 티격태격 펼쳐나가는 생활 밀착형 휴먼 코믹 드라마다. 40대 가장 구필수와 아버지의 빚을 대신 갚게 된 20대 청년 사업가 정석의 브로맨스가 주로 담겼다.
윤두준은 극 중 이상과 현실의 괴리 속에서도 당당히 꿈을 쫓는 정석으로 분해 유쾌하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선사했다. 사업가로 성공을 거머쥐었던 때와 좌절을 맛보는 순간 등 다양한 상황을 다채롭게 표현해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였다. 또 곽도원 한고은 박원숙 정동원 정다은 등과 좋은 호흡으로 보는 재미를 더했다.
이날 윤두준은 군 제대 이후 첫 연기 행보를 펼친 소감에 대해 자세히 털어놓았다. 먼저 윤두준은 "'구필수는 없다'가 전역 후 첫 작품인 만큼 부담감도 있었다. 공백기가 4년이다. 엄청난 시간이다. 많은 것을 잊었다. 내가 어떻게 촬영했는지 가물가물했다. 그런 것들이 걱정되고 무서웠다. 기대감보다는 두려움이 컸다"면서 마음 속 깊이 자리 잡았던 불안감을 고백했다.
그 역시 잊혀지는 것에 대한 걱정이 없진 않았지만 그룹 활동이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고민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다만 4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달라진 세상이 윤두준에게는 '벽'처럼 느껴졌단다. 접해보지 않은 장르와 빠르게 달라지는 트렌드, 또 시청자들의 높아진 시각 등이 배우로서 대중을 충족시킬 수 있을까 하는 걱정으로 이어졌다.
아울러 하이라이트 앨범 활동과 시기가 맞물리면서 육체적, 정신적인 피로함을 더했다. 이는 결국 윤두준이 온전히 촬영을 즐기지 못하는 결과가 됐다. "스스로의 압박에 쫓겼어요. 모니터링을 할 때가 되고서야 아쉬운 점이 보였어요. 그런 것들이 더 성장할 수 있는 여지가 됐어요. 아쉬운 것에 대해 잘 기억했다가 훗날 기회가 오면 써먹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윤두준이 복귀작으로 '구필수는 없다'를 선택한 이유는 장르적 색채 때문이다. 접해보지 않았던 휴먼드라마의 분위기가 그를 매료시켰다. 아울러 다양한 연령대가 나오는 드라마라는 점도 선택의 이유가 됐다. 윤두준은 "부모님이 '구필수는 없다'를 너무 좋아한다. 제 작품들 중 '구필수는 없다'가 제일 재밌다고 하더라. 한편으로는 얼마나 노심초사하면서 보셨겠냐. 그동안 아들이 나와서 몰입하지 못하셨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너무 재밌게 봐주셨다고 해서 뿌듯한 마음이 있다"면서 만족감을 드러냈다.
가족 이야기를 섬세하게 그려낸 덕분에 '구필수는 없다'는 글로벌 OTT 넷플릭스 국내 일일 인기 콘텐츠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윤두준은 성적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평소 흥행이나 시청률, 성적에 신경을 쓰는 편은 아니지만 작품에 들어간 노력, 시간에 보답해야 했다"면서 "넷플릭스 성적을 보고 깜짝 놀랐다. 나오는 분들도 너무 훌륭하다. 곽도원 선배님이 주인공이다. 주연이기에 부담됐던 것도 사실이다. 다행스럽게도 제가 생각한 것보다 좋은 성적이 나왔다"고 말했다.
윤두준이 극중 금수저였다가 아버지의 빚을 떠안게 된 청년 사업가 정석을 소화하기까진 많은 고민이 있었다. 윤두준은 연기를 시작할 때의 마음으로 돌아간 심정이었다면서 "개인적으로 참 어려웠던 작품이다. 대본 속 정석은 모난 사람이다. 하지만 제가 그렇게 표현하지 못했다. 제 경험에서 찾기엔 무리였기에 하나 하나 맞춰갔다"고 밝혔다.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볼 수 없어서 어려웠다는 솔직한 고백이다.
윤두준에 따르면 정석의 초기 설정은 현실감 없는 인물이다. 휴먼 드라마 장르의 특성상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야 했기에 캐릭터에 변화가 필요했던 것. 윤두준은 긴 템포에 맞춰 정석의 성격을 완화, 압축시켰다. 주연의 책임감을 오롯이 드러낸 대목이다. 그러면서도 윤두준은 "찰나의 순간, 드라마적인 다이내믹한 순간이 있었어야 하지 않나 아쉬움이 있다. 너무 무난했다"고 겸손한 태도를 드러냈다. 치열함, 간절함으로 살아가는 정석의 모습에서 윤두준은 자신의 20대를 돌아보기도 했다.
"정석은 패기가 가득하고 겁이 없어요. 개인적으로 제 20대가 생각나요. 데뷔를 하고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았죠. 그때의 제 마음가짐이 생각났어요. 제게도 정석처럼 전환점이 있어요. 비스트로 활동 당시 '미스테리' 곡이 많은 것을 변화시켰습니다. '배드걸'로 데뷔한 후 미적지근한 반응들이 이어졌어요. 끝났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데 '미스테리' 활동 후 함성 소리가 점점 커졌어요.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에요."
윤두준은 인물에 대한 정보 없이 스스로 빌드업을 해야 했다. 정석처럼 젊은 스타트업 사업가들이 강연하는 것을 찾아보기도 했다. 캐릭터를 창조하는 것보다 캐릭터의 마음에 이입하면서 공감할 수 있는 서사를 만들었다.
윤두준은 이번 작품에서 함께 호흡한 곽도원에게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곽도원 선배님에게 정말 많이 배웠어요. 모든 것을 계산해서 연기를 하세요. 또 순발력도 있으시죠. 선배님 덕분에 극중 인물이 하는 단어, 어미 하나에도 성격이 쌓인다는 것을 느꼈어요. 그래서 저도 더 악착같이 연기했어요. 비록 즐기지 못했어도 엄청난 공부가 됐습니다. 연기할 때 뿐만 아니라 가수 활동에 있어서도 제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해요."
대중에게 윤두준은 바른 청년 이미지가 강한 편이다. 쉽게 가질 수 없는 이미지라고들 하지만 윤두준에게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게 만드는 양날의 검이다. 그는 "바른 청년 모습을 벗어나고 싶다. 정석을 더 악독하게 표현했어야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다. 곧 개봉하는 '정직한 후보2'에서 그동안 맡지 못한 악역을 했다. 그래서 또 걱정이 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배우로서의 욕심은 무궁무진해요. 힘이 닿는 데까지 포기할 수 없어요. 물론 하이라이트도 너무 소중해요. 하지만 드라마, 스크린 속 제 모습도 소중해요. 10년 이상을 했으니까요. 여전히 많은 분들이 봐주셔서 감사하다. 제 연기를 봐 주는 분들이 제 원동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