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춤했던 원전 생태계 되살린다...925억 긴급 일감 발주·SMR에 4000억 투자

입력
2022.06.22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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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원전 생태계 복원에 박차
중소·중견기업 SMR 공급역량 확보 지원
해외 기업과 손잡고 국내 기업 글로벌 공급망 지원

원자력 발전 활성화를 외쳐 온 윤석열 정부가 소형모듈원전(SMR)을 차세대 먹거리로 지목하며 약 4,000억 원을 집중 투자한다. 또 원전 협력업체에 올해 안에 925억 원 규모의 긴급 일감을 발주하는 등 원전 생태계 살리기에 박차를 가한다.

정부는 윤 대통령과 원전 협력업체들이 22일 경남 창원시에 있는 두산에너빌리티에서 간담회를 가진 뒤 이 같은 내용의 원전산업 생태계 복원 계획을 공개했다.


SMR 생태계에 중견·중소 기업의 참여 발판 마련


우선 국내 독자모델인 혁신형 SMR의 개발 및 상용화를 위해 원전 협력업체에 2028년까지 3,992억 원을 집중 투자할 방침이다. SMR는 기존 대형 원전의 원자로, 증기발생기, 냉각재 펌프, 기압기 등 주요 기기를 하나의 용기에 일체화한 소형 원자로다. 출력은 300㎿ 안팎으로 기존 원전의 3분의 1 수준이지만, 안정성이 높고 도서·산간 지역에도 건설할 수 있어 미래 에너지 시장의 대체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에서 SMR 분야 선두주자인 미국과 협력 계획을 구체화한 데 이어 지난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한미 원전동맹'을 공식화하기도 했다.

이번 지원은 이에 대한 후속 작업의 하나다. 그동안 대기업 중심으로 진행돼 온 SMR 시장 선점 경쟁에 중소·중견 기업들이 뛰어들 수 있게 발판을 마련해 보다 촘촘한 생태계를 구성하겠다는 취지다.

세부적으로 중소·중견 기자재업체의 SMR 공급역량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R&D), 기술 분석·검증, 성능인증, 장비 활용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 SMR 개발과 함께 해외 마케팅을 추진하는 한편, 해외 선도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국내 기업이 SMR 글로벌 공급망 형성 단계에서 하루빨리 진입할 수 있게 지원한다.



원전 협력업체에 925억 원어치 일감 공급


윤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부터 공약했던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위해 원전 협력업체에 연내 925억 원 규모의 일감을 긴급 공급할 예정이다. 또 2025년까지 1조 원 이상의 일감을 추가 공급해 하루라도 빨리 계약을 맺는 한편 대규모 원전 일감이 창출되는 신한울 3·4호기는 전력수급 기본계획 반영 등 절차를 거쳐 발주를 서두를 예정이다.

원전 수출을 통해 일감 연속성을 유지하고, 지속적 성장을 꾀할 수 있도록 '원전수출전략 추진단'도 다음달 발족한다. 추진단은 원전 수출을 위한 민관 협력 컨트롤타워로, 원전 기술력과 시공 능력을 포함해 대규모 금융 조달, 방산·경제 협력 등 다양한 분야의 패키지를 꾸려 수출에 보다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는 데 이바지할 계획이다.



폐업 위기 몰린 중소·협력기업에 1000억 금융 지원


지난 5년 동안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일감이 뚝 끊겨 막다른 골목에 내몰린 원전 중소기업을 위해 총 1,000억 원 규모의 긴급자금도 마련했다. 이 중 300억 원은 단기 경영난 극복 대응을 위한 운전자금으로, 200억 원은 신규 설비투자를 위한 시설자금으로 우선 배성한다. 시설자금 지원한도도 기존 60억 원에서 100억 원으로 확대한다.

이미 부실이 발생해 워크아웃 등을 신청한 기업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과 은행의 협력 프로그램을 통해 경영정상화를 지원할 방침이다. 중진공이 은행에 구조개선 자금을 대출해주면, 은행이 기존 대출의 만기를 1년 내외로 연장해주고, 금리를 3~4% 수준으로 인하해주는 식이다.

한편 두산에너빌리티 또한 신한울 3·4호기가 재개되면 협력사에 제작 물량을 조기 발주하는 한편 선금 지급 등을 통해 사업 정상화를 돕고 5년 이상 장기공급계약제도를 확대하는 등의 상생방안을 발표했다.


김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