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예능, 무조건 바다를 접수해라?

입력
2022.06.29 09:21
바다 풍경 담은 '에덴'·'체인지 데이즈 시즌2'·'솔로지옥'

청춘들의 이야기를 그린 연애 예능에서 유독 자주 보이는 풍경이 있다. 바로 바다다. 뜨거운 사랑과 함께 담긴 푸른 바다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깊은 설렘을 선사해왔다.

현재 방영 중인 IHQ '에덴'은 설렘과 조건 사이에서 사랑을 찾는 남녀 8명의 이야기를 그린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첫 방송을 앞두고 제작진은 "5박 6일 동안 제주도 올 로케이션으로 촬영을 진행했다"고 밝혀 시선을 모았다. '에덴'의 참가자들은 아름다운 바다를 보면서 사랑을 키웠다.

카카오TV '체인지 데이즈 시즌2'를 찾은 이들 또한 바다에서 시간을 보냈다. 이 예능은 이별의 문턱에 서 있다는 공통점을 지닌 연인들이 함께 여행하며 진정한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앞서 공개된 티저 영상 속 출연진은 제주도를 배경으로 셀카를 찍고 드라이브를 했다. 지난 16일 공개된 3회에서 김도형 김혜연은 로맨틱한 요트 데이트를 했다. 이들은 바다를 자유롭게 헤엄치는 돌고래의 모습까지 관찰했다.

지난해 크게 주목받았던 넷플릭스 '솔로지옥'은 커플이 돼야만 나갈 수 있는 외딴섬 지옥도를 배경으로 했다. 출연진은 해변가를 거닐기도 하고 바다를 보며 자신의 진솔한 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태양이 내리쬐는 섬에서의 일상을 즐기는 출연진의 모습은 시청자들의 마음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일부 연애 예능은 프로그램의 첫인상을 결정짓는 포스터에서부터 바다의 모습을 담아내 눈길을 끌었다. '에덴'의 포스터 속 남녀들은 수영복을 입은 채 나란히 앉아 제주도 바다를 응시했다. '솔로지옥'은 붉은 노을, 그리고 이에 대비되는 푸른 바다의 풍경으로 시선을 모았다.

왜 제작진은 바다를 담아냈을까. 그 이유 중 하나는 바다가 많은 이들에게 일상과 먼, 가끔씩 찾는 특별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많은 연애 예능에는 독특한 약속들이 존재한다. '에덴'은 출연자들에게 초면부터 반말을 사용할 것을 지시했다. '솔로지옥'은 천국도를 찾기 전 직업과 나이를 공개하지 못하게 했다. 바다라는 비일상적인 공간은 익숙지 않은 규칙들을 지키고 그동안 해왔던 일, 공부 등을 미뤄둔 채 사랑에 집중하는 출연자들이 현실에서 멀어져 세계관에 몰입할 수 있게 도왔다.

'에덴'의 이효민 PD, 유지혜 작가는 본지에 "출연자들이 더 쉽게 세계관과 이성에 빠져들수 있도록, 현실을 벗어나 원초적인 자연환경의 느낌을 줄 수 있도록 여러 부분을 고민해 바닷가에서 액티비티와 데이트를 진행하도록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생물적으로 끌린 관계가 사회적 조건이 더해졌을 때 어떻게 변하는가?'라는 의문을 가지고 본능주의에 집중했다"고도 했다.

물론 다양한 볼거리를 더하고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는 점에서도 바다라는 배경은 큰 의미가 있다. '솔로지옥'의 김재원 PD는 온라인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외딴섬을 배경으로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무인도에서 프로그램을 촬영한 적이 있는데 혹독해 보이면서도 아름답더라. 로맨틱해질 수 있는 공간이라는 생각을 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장도연은 '체인지 데이즈' 라이브 토크 당시 제주도를 '낭만이 가득한 장소'라고 표현하며 "공간이 주는 느낌이 있지 않나"라고 했다.

이처럼 연애 예능 속 바다는 출연진이 세계관에 몰입할 수 있게 도왔고 시청자들의 눈을 즐겁게 만들었다. '솔로지옥'의 경우 추운 겨울에 공개됐지만 여름이 다가오고 있는 만큼 현재 방영 중인 프로그램들은 보기만 해도 시원해지는 배경으로 안방극장의 무더위까지 날려줄 전망이다.

정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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