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10명 중 3명, 월 200만 원도 못 번다

입력
2022.06.22 04:30
1인 취업 가구, 역대 최대인 44만 명 증가
저소득일수록 고립 위기 빠질 수 있어

# 20대 후반 미술학원 강사 박모씨는 앞날만 생각하면 막막하다. 콘서트를 찾고 눈여겨봤던 물건도 사지만 월급이 200만 원 정도라 저축은 언감생심이다. "강사 월급이 앞으로 크게 오를 일은 없겠죠. 독립한 마당에 부모한테 손을 빌리고 싶진 않고요. 현재를 즐기자고 마음먹지만 미래가 두렵긴 하죠."

# 빌딩에서 청소를 하는 60대 김모씨의 삶은 2년 전 남편과 사별한 후 팍팍해졌다. 남편과 함께 벌 땐 두 식구가 먹고살 만했지만 이제 월급 105만 원으론 빠듯하다. "매달 월세 30만 원, 병원비·약값 20만 원, 식비 30만 원을 빼면 여유 부릴 형편이 없어. 월 27만 원인 구청 노인일자리보다 여기가 나으니 버티는 거지. 언제 일이 끊길지 모르니 돈을 좀 모아 둬야 하는데...."

1인 가구 주류, 수입 적은 20대·60세 이상

지난해 일을 하는 1인 가구가 역대 최대 폭인 44만 명 늘었지만 10명 중 3명은 월급 200만 원 미만인 박봉으로 나타났다. 저임금 일자리에 많이 종사하는 청년층, 노년층이 1인 가구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영향으로 풀이된다. 심화하는 고령화를 감안하면 혼자 사는데 수입도 적은 '1인 가구의 설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통계청이 21일 내놓은 '2021년 하반기 맞벌이가구 및 1인 가구 고용 현황'을 보면 가족 공동체를 꾸려 사는 다인 가구에 비해 열악한 1인 가구의 사정이 잘 드러난다.

지난해 10월 기준 1인 취업 가구는 414만 가구로 전년보다 44만 가구 증가했다.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가장 많이 늘었다. 코로나19로 고꾸라졌던 고용이 지난해 회복하면서 직장을 찾은 1인 가구 역시 크게 증가했다.

고령화 심화, 커지는 '1인 가구 설움'

양적 지표인 1인 취업 가구 수 자체는 호조인 반면 질적 지표인 임금 수준은 저조하다. 1인 취업 가구 중 임금근로자 가구(333만9,000가구)만 추려 보면 월급 200만 원 미만이 전체의 28.5%로 나타났다. 월급 200만 원 미만 비중은 매년 임금 상승을 반영해 작아지고 있긴 하지만 10명 중 3명꼴로 여전히 적지 않다.

1인 취업 가구 중 저소득층은 주로 이제 막 독립한 청년층, 배우자와 사별한 노년층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은 다른 연령대와 비교해 안정적인 정규직보다 아르바이트, 공공 단기근로 등 저임금 업무를 하는 경우가 많다. 청년층과 노년층이 나 홀로 가구의 주류인 면도 1인 취업 가구 중 저임금 비중이 큰 이유다. 2020년 기준 혼자 사는 20대, 60대 이상을 더하면 전체 1인 가구의 52.8%에 달한다.

문제는 1인 가구 가운데 저소득층일수록 앞으로 고립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특히 고령화로 인해 갈수록 늘고 있는 노년층의 경우 소득 수준이 낮으면 질병 등 위험에 더 노출될 수 있다.

고현종 노년유니온 사무처장은 "저소득 1인 가구가 처한 가장 큰 위험은 질병, 사고를 당했을 때 돌볼 사람이 없다는 것"이라며 "1인 가구 정책은 고립감을 어떻게 해소할지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박경담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