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누리호 발사를 성공시키며 스스로 우주 공간에 첫발을 내딛는 데 성공했다. 다른 국가의 도움 없이도 우주에 위성을 띄울 수 있게 된 것이다. 독자적 우주 발사체 기술 확보는 최근 치열해지는 국제사회 우주 경쟁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여놓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러시아 등 다른 우주 선진국에 비하면 이제야 걸음마를 겨우 뗀 것이긴 하나, 정부의 지원과 민간의 노력이 계속 이어진다면 향후 한국이 우주개발 시대의 주요한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하는 상황도 불가능하지는 않다.
21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따르면 독자적 기술로 1톤 이상 실용위성을 쏠 수 있는 나라는 전 세계 6개국(한국 제외)밖에 없다. 누리호 성공으로 한국은 러시아, 미국, 프랑스, 중국, 일본, 인도에 이어 7번째 위업을 달성했다. 한국은 △발사체 엔진 개발 설비 구축 능력 △대형 추진체 탱크 제작 기술 △발사대 구축 기술 등을 보유하게 됐다.
다만 '7대 강국'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엔 아직 모자란 점도 적지 않다. 그만큼 기존 6개국과의 격차가 크기 때문인데, 1957년 처음 1톤 이상급을 쏜 러시아와 비교하면 65년, 가장 최근(1980년) 쏜 인도에 비해서도 42년 늦다.
하지만 한국이 1993년 과학 1호 로켓으로 발사체 개발을 시작한 점을 감안하면, 이번 누리호 성공은 나름대로 의미 있는 첫발이다. 독자적 발사체 기술 확보에 성공한 나라가 42년이나 없었다는 것은 그만큼 기존 우주 강국들의 카르텔이 공고했기 때문이다. 발사체 개발 기술은 국가 간 기술이전이 엄격히 금지된 분야로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 및 미국수출규제(ITAR) 등을 통해 기술 이전이 통제돼 있다. 자본과 노동력만 집중적으로 투입하면 선발주자를 비교적 빨리 따라잡을 수 있는 보통의 제조업 분야와는 성격이 확연히 다른 분야다.
발사체 기술 확보는 6개국이 공고하게 구축해 온 우주 카르텔로 들어가는 '입장권'과 비슷하다. 우주 강국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명함이라도 내밀기 위해선 독자적 우주발사체 개발이 기본 조건이었다. 이제 그 조건을 갖춘 한국은 국제우주정거장 건설 프로젝트 등에서 상당한 역할을 떠맡을 수 있다. 오태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은 "기술이 없으면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말고 자체를 할 수가 없기 때문에 발사체 기술은 그런 협상을 시작할 수 있는 조건"이라며 "정부는 미국과 우주 관련 논의를 긴밀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누리호 성공 이후 한국의 우주산업은 이전과 다른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정부는 우주개발에 민간 기업을 더 참여시키고 민간 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돕는다는 계획이다. 장영근 한국항공대학교 교수는 "자력으로 위성을 우주에 올린다는 꿈을 이뤘지만 거기에 만족해선 안 된다"며 "상용화·산업화까지 이뤄야 진짜 성공이라는 생각으로, 민간 중심의 우주개발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금부터 정부가 전략을 잘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