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0도 무너졌다"... 금융위기 이후 가장 위태로운 코스피

입력
2022.06.20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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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인 패닉 셀에 2390선 마감... 19개월 만
달러당 원홧값 13년 만에 최저치 기록
올 들어서만 20% 폭락... "추가 조정 가능"

미국의 고강도 긴축에 따른 경기 침체 공포가 국내 금융시장을 재차 강타하면서 20일 코스피 2,400선이 붕괴됐다. 외국인이 8,000억 원대 주식을 내던진 결과, 원·달러 환율은 연고점을 뚫으며 1,300원을 위협했다. 투자심리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고꾸라져 바닥을 예상하기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2400까지 내준 코스피... 환율 연고점 뚫고 1292원

이날 코스피는 2.04% 하락한 2,391.03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2020년 11월(2,357.32) 이후 1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코스닥은 3.6% 떨어진 769.92에 마감하며 2020년 7월 이후 약 2년 만에 최저점을 썼다.

외국인 투매 물량이 쏟아졌다. 코스피에서만 약 6,700억 원어치에 달하는 물량을 팔아 치웠다. 코스닥에서도 1,500억 원어치를 내던지며 주가를 끌어내렸다. 이날 양대 증시에서 증발한 시가총액은 50조 원에 달한다.

외국인의 '셀 코리아'는 원홧값을 끌어내렸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장중 1,295.3원까지 상승(원화 가치 하락)하며 15일 기록한 연고점(장중 1,293.3원)을 뚫었다. 외환 당국의 구두 개입성 발언으로 장중 상승폭을 축소하며 5.1원 오른 1,292.4원에 마감한 결과,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7월 14일(종가 1,293원) 이후 13년 만에 최고 기록을 썼다.

5만 전자 계속... 반대매매까지 증시 짓눌러

대장주들의 시련은 계속됐다. 17일 '6만 전자'를 반납한 시총 1위 삼성전자는 이날 1.84% 떨어진 5만8,700원에 마감했다. 카카오는 3.6% 급락(6만9,600원)하며 7만 원 선이 무너졌다. 지난해 6월 17만3,000원까지 치솟았던 카카오는 1년 만에 60%나 폭락했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 이후 글로벌 경기 침체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공포가 투자심리를 찍어누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경제학자들은 향후 1년 안에 미국에 경기 침체가 올 확률을 44%로 내다보고 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전문위원은 "글로벌 긴축과 경기 침체 우려가 번갈아 작동하며 반등의 동력이 사라진 상황"이라고 풀이했다.

돈을 빌려 주식을 샀다가 강제 처분되는 '반대매매'가 주가를 끌어내리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증권사는 투자자가 '외상 거래'로 산 주식의 결제대금을 갚지 못하면 이를 강제로 처분하는데, 통상 주가가 급락하면 반대매매가 늘고 이는 다시 주가 폭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17일 기준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실제 반대매매 규모는 264억 원으로, 최근 들어 300억 원대를 넘나들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반대매매 추정 물량이 이날 하방 압력을 가중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반년 새 20% 떨군 코스피... 2008년 이후 최대 낙폭 기록하나

올 들어 반년 새 코스피는 19.7%, 코스닥은 25.5% 추락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의 공격적 금리 인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주가의 추가 하락 가능성을 점치는 목소리도 높다. 일각에선 글로벌 금융위기 한복판이던 2008년 이후 최대 연간 하락률을 기록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2008년 코스피는 한 해 40.7% 폭락했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악의 투자심리가 금융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만큼 추가 하락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도 "다만 금융기관이 연쇄적으로 무너졌던 글로벌 금융위기와 현재의 시장을 비교하는 건 우려가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조아름 기자
윤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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