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자들이 피해자를 강요해 합의서를 받아내거나 선처용 기부를 하는 등 감형을 염두에 둔 '꼼수'가 이어지자, 대검찰청이 전국 일선 검찰청에 엄정 대응을 지시했다.
대검은 20일 '감형 꼼수'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 일선 검찰청에서 시행하도록 지시했다고 20일 밝혔다. 최근 재판 과정에서 성범죄자들을 중심으로 감형을 받으려고 허위 합의서를 제출하는 등 꼼수를 사용한 경우가 많아진 데 따른 조치다.
2020년 길에서 처음 본 40대 여성을 모텔로 데려가 성폭행을 시도한 혐의로 검거된 20대 남성은 수사 과정에서 "동의에 의한 성관계였다"는 합의서를 냈다. 합의서 내용과 합의 정황을 의심한 검찰은 추가 수사를 진행해, A씨가 정신질환으로 정확한 상황 판단이 어려운 피해자에게 허위 합의서를 내밀어 서명을 받아낸 사실이 드러났다.
선처용 기부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2015년 지하철에서 여성들 치마 속을 몰래 촬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남성은 "성폭력상담소에 정기 후원을 하겠다"고 약속하고 벌금 300만 원의 선고를 유예받았다. 하지만 후원은 판결 확정 직후 중단됐고, 해당 남성은 2019년 여자 화장실에서 여러 차례 불법 촬영을 하다가 다시 붙잡혀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대검은 이에 성범죄 혐의로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는 이들이 제출한 합의서와 기부증명서, 진단서와 치료 확인서, 성범죄 예방교육 이수증 등이 조작된 것으로 의심이 들면 진위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다. 해당 자료를 거짓으로 만든 점이 드러나면 기존 형사 판결이 확정돼도 별도로 수사에 착수해 처벌받도록 할 계획이다.
대검은 특히 성범죄자의 개인 사정은 대법원 양형기준상 감형인자로 볼 수 없기 때문에 구형량을 줄이는 사유에서 아예 배제하기로 했다. 또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저질렀을 때는 양형기준의 가중인자로 추가할 수 있도록 법원에 적극 의견을 내기로 했다.
대검 관계자는 "성범죄를 포함한 모든 범죄에서 합당한 처벌이 이뤄지도록 부당한 감형 자료에 대해선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