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TV 예능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식집사'가 대세다. 이는 식물과 집사의 합성어로, 요즘 집에서 식물을 키우면서 힐링하는 MZ(밀레니엄+Z세대·1980~2000년대생)세대가 늘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외출이 자유롭지 않다 보니 집에서라도 식물을 키우는 재미를 찾으려는 이들이 많다.
기자도 지난해 루꼴라와 고수를 베란다에서 키워 보려 했던 적이 있다. 화훼시장에서 화분과 흙, 키우고 싶은 식물의 씨앗을 샀다. 베란다에 화분을 놓고, 흙을 옮겨 닮고, 거름망을 설치하는 것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2, 3일마다 잊지 않고 물을 줘야 하고, 햇볕이 내리쬐는 위치에 따라 화분을 이리저리 옮겨야 했다. 게다가 휴가로 오래 집을 비울 때는 괜히 제대로 돌봐 주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결국 바쁜 일상을 핑계로 물 주는 것을 까먹고, 제때 솎아 주지도 못하다 보니 한 달 만에 루꼴라가 자라기를 '거부'했다. 이상한 벌레까지 꼬였고 한 달 만에 식집사를 관두게 됐다.
LG전자가 식물재배기 '틔운 미니'를 출시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다시 식물 키우기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6주 동안 생각보다 잘 키웠고, 재배한 루꼴라로 그럴듯한 저녁 식사까지 하는 데 성공했다.
이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은 '편리함'이다. ①제품에 씨앗 키트를 장착한 뒤 물과 영양제를 넣고 전원만 연결하면 식물을 키울 수 있다. 제품에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이 있어 식물이 자라는 데 안성맞춤인 환경을 만들어 낼 수 있다. ②LG전자 사물인터넷(IoT) 앱인 '씽큐'를 통해 스마트폰에서 물 높이와 온도를 확인하고 조명 시간, 밝기 등도 조절할 수 있다. 씽큐가 추천한 대로 하루 14시간, 조명 밝기를 '최대'로 설정하니 이틀 만에 싹이 올라왔다.
이제부턴 씽큐가 하라는 대로 하기만 하면 된다. ③일주일이 지나니 씽큐가 물통 청소와 영양제를 추가해 달라고 지시했다. 며칠 동안 집을 비워도 조명이 알아서 켜졌다가 꺼지고, 물도 적절히 공급된다. 알아서 쑥쑥 자라는 루꼴라를 보니 '참 세상 좋아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번 실패를 경험한 입장에서 틔운 미니는 식물 재배 '1타 강사'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내 손으로 식물을 키워 냈다는 보람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매일 물을 줘 가면서 자라는 모습을 계속 신경 쓰지 않아서 그런가 싶다.
또 LED 조명이 생각보다 밝아 다소 거슬리기도 했다. 결국 제품을 거실에서 옷방으로 옮겨야 했다. 또 채소를 먹으려고 제품을 구입하기에는 가성비가 아쉬웠다. 키트가 2만~3만 원 수준인데, 6주 동안 키워 2인분 파스타 두세 번 정도 먹을 수 있는 양이 재배됐다. 틔운 미니의 제품 가격도 19만9,000원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삭막함과 분주함 속에서 멍하니 식물을 바라보며 잠깐이나마 정서적 안정을 얻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그것도 아주 힘들이지 않고 말이다. 이에 쌈 채소류보다는 메리골드와 같은 화훼류를 키우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크기도 부담스럽지 않아 사무실 책상에 올려 두면 동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핫한 아이템'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3월 출시 6일 만에 초도 물량인 1,000대가 완판되기도 했다. 키트 종류도 쌈추, 청치마상추, 루꼴라, 비타민, 메리골드, 청경채 등 6가지 종류로 다양해 4~6주 간격으로 새로운 재미를 경험할 수 있어 집들이 선물로도 좋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