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첫 경제정책 방향에서 경제 위기 돌파구로 꼽은 ‘낙수 효과’가 도마에 올랐다. 대기업에 대한 세제·규제 완화가 투자 확대로 이어져 성장의 물꼬를 틀 것이란 정부 기대와 달리, 실효성이 떨어지고 다른 경제 주체의 조세 부담만 확대될 거란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정부는 최근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을 통해 민간 주도 성장의 방법으로 법인세 최고 세율을 25%에서 문재인 정부 이전 수준인 22%로 낮추기로 했다. 지난해 기준 법인세 최고 세율(세전이익 3,000억 원 초과)을 초과하는 기업은 삼성전자와 SK, 현대자동차, LG전자 등 119곳 정도다. 사실상 국내 주요 대기업에 혜택이 돌아가는 셈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법인세 인하는 투자 확대와 일자리 창출을 유도하고 세수 기반을 확대할 수 있는 장치”라고 설명했다. 규제를 풀어 기업 투자가 늘면 고용 활성화→노동자 소득 확대→소비 회복→투자 증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거란 논리다.
낙수 효과는 친기업 성향의 보수 정부가 경제정책으로 내건 단골 주제다.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앞세운 이명박 정부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인하(25→22%·2008년)했고, 뒤이은 박근혜 정부도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운다)' 정책을 내세우며 친기업 행보를 보였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법인세 부담이 줄어들면 그만큼 투자에 나설 여지가 많아진다”고 말했다. 고용 근로자 1,000명 이상의 대기업 매출이 10% 늘면 관련한 중견·중소기업의 매출이 약 2.7% 증가한다는 한국경제연구원의 연구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낙수 효과는 효과가 떨어지고, 대기업 중심 경제구조를 공고히 해 중소·중견기업의 혁신 역량을 떨어트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산업연구원은 ‘대기업 체제의 한계와 향후 과제’ 보고서를 통해 “대기업 체제가 한국 경제의 압축 성장 과정에서 유용한 요소로 작용했지만 더 이상 성장과 고용, 성장과 분배 간 선순환 구조를 견인하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실제 법인세 최고 세율을 낮춘 2008년 상장 기업의 사내유보금은 326조 원이었으나, 2014년에는 800조 원을 훌쩍 넘겼다. 법인세 인하가 그만큼 투자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뜻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도 “작동한다고 보기 힘든 낙수 효과는 오히려 기업 양극화를 심화한다”며 “법인세 인하에 따른 대기업 세금 감면액을 다른 쪽에서 메워야 하는 만큼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통한 합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올해 거둬들일 국세수입(396조6,000억 원) 중 법인세는 104조1,000억 원(26.6%)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