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 번째 '모자'를 쓴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두 사람 이상 몫을 하며 바삐 움직이고 있다. 그룹 경영뿐만 아니라 재계 맏형 역할(대한상공회의소 회장)에, 이젠 한국을 대표해 2030부산세계박람회(부산엑스포) 유치전까지 뛰어들었다.
17일 대한상의에 따르면 부산엑스포 유치지원 민간위원장인 최 회장은 19일 프랑스 출장길에 오른다. 21일부터 이틀 동안 파리에서 열리는 제170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 참석, 엑스포 유치 활동을 위한 2차 경쟁 프레젠테이션(PT) 등을 돕는다. 최 회장의 민간위원장 취임 후 첫 공식외교 무대인 것이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의 요청으로 민간위원장을 맡으면서 "모자 2개(SK·상의 회장)도 힘들었는데 1년 동안 모자 3개를 쓰게 됐다"며 유치에 의지를 보였다.
최 회장은 총회를 전후해 BIE 사무총장과 각국 대사 등을 만나 교섭 활동에 들어간다. 주프랑스 동포들이 참여하는 부산엑스포 결의 대회에도 참석한다. 최 회장은 이 자리서 한국 기업과 정부가 국가적 위기가 있을 때마다 '하나의 팀플레이'를 통해 극복해 온 사례를 제시하며 부산엑스포 개최를 통해 인류가 더 나은 미래를 열 수 있도록 역량을 총동원하겠다는 의지를 밝힐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최 회장은 민간위원장에 더해 다음 달 출범하는 정부위원회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와 함께 공동위원장을 맡을 예정"이라며 "이번 3박 5일 일정 동안 가능한 모든 대사들을 만나 부산 유치를 당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제 효과가 약 61조 원에 달하는 엑스포는 월드컵, 올림픽과 함께 세계 3대 국제행사로 불린다. 현재 부산과 리야드(사우디), 로마(이탈리아) 삼파전 양상으로 유치 경쟁이 진행되고 있다. 유치국은 내년 11월 BIE 회원국 170개 국가의 비밀 투표로 결정되며 BIE는 2차 PT에 더해 앞으로 경쟁 PT를 세 번 더 한다.
최 회장은 이번 출장이 SK 상반기 경영 현황을 점검하고 하반기 전략을 논의하는 '2022 확대경영회의'와 겹치자 일정을 당겨 이날 서울 광진구 워커힐 호텔에서 진행했다. SK 관계자는 "최근 대내외 경영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등 신성장산업 투자에 대한 성과와 앞으로 5년 동안 247조 원 투자 계획을 논의하는 중요한 자리"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부산엑스포 민간위원회에 참여하는 국내 주요 기업들도 전담조직을 꾸리며 유치 활동을 본격화했다. 현재 삼성전자, 현대차, SK, LG, 롯데, 포스코, 한화, GS, 현대중공업, 신세계, CJ 등 11개사, 전국 72개 상공회의소, 해외한인기업협회가 동참하고 있다. 대한상의 측은 "각 기업별로 중점 교섭국을 골라 세부 전략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며 "정부와 민간이 원팀으로 본격 유치 활동을 펼쳐나간다면 충분한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