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ㆍ최대의 바둑대전 명인전(名人戰)이 45번째 대장정에 돌입한다.
제45기 SG배 한국일보 명인전이 오는 20일 한국기원 대회장에서 한국기원 소속 프로기사 262명이 참가한 가운데 예선전을 시작한다. 24일까지 토너먼트 방식으로 진행돼 12명의 본선 진출자를 가린다. 예선에서 본선에 오르려면 4~5경기에서 승리해야 할 정도로 험난한 여정을 거쳐야 한다. 한국 기원 공식 기전으로, 승단 점수가 적용되기 때문에 참가 기사들은 더 신중하게 바둑돌을 움직여야 한다.
패자부활 토너먼트가 포함된 본선(16강)은 7월 4일부터 경기 성남시 K바둑 판교스튜디오에서 진행되며, 최종 결승 3번기까지 4개월여간 치열한 반상의 혈투를 벌여 우승자를 가린다. 본선 진출자(16명)는 지난해 우승자 신진서 9단, 준우승자 변상일 9단 등 시드배정자 4명과 예선 통과자 12명으로 구성된다. 최근 기세가 날카로운 이창석 8단, 박건호 6단, 홍무진 5단의 선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백전노장’ 이창호 9단의 행보도 주목된다. 신예 기사 중에는 문민종 5단, 이연 4단, 한우진 4단을 눈 여겨볼 만하다
한국일보가 1968년 창설한 명인전은 중국ㆍ일본에서도 같은 이름으로 개최되는 유일한 기전이다. 각국 유력 일간지가 주최ㆍ후원하는 바둑대회로 권위와 전통의 상징이기도 하다. 일본 바둑계에서 ‘명인’은 바둑을 가장 잘 두는 거장을 일컫는 말이다. 우리나라에선 바둑에만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분야의 최상위 전문가에게 부여하는 명칭이다.
‘명인’이란 칭호에 걸맞게 50년 동안 진행된 44번의 명인전에선 단 9명만 우승의 영예를 안았다. 초대 우승자 조남철 9단을 비롯해 김인 서봉수 조훈현 이창호 이세돌 박영훈 최철한 신진서까지 우승자 면면도 화려하다. 이창호 9단이 13차례나 우승하며 최다 우승 기록을 갖고 있고, 조훈현 9단(12차례), 서봉수 9단(7차례)이 뒤를 잇고 있다.
명인전은 한국 바둑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72년 제4기 명인전에서 당시 서봉수 2단이 입단 1년 8개월 만에 한국 바둑의 대부격이었던 고(故) 조남철 8단을 꺾고 약관의 나이에 명인에 올라선 건 한국 현대 바둑사에 길이 남을 장면으로 꼽힌다. 서봉수 9단은 명인전을 통해 ‘서 명인’이란 별명을 갖게 됐다. 또 △조훈현 9단이 1978년 서봉수 9단을 상대로 타이틀을 빼앗은 장면 △이창호 9단이 1991년 8연패에 도전한 스승 조훈현 9단을 꺾고 첫 우승을 차지한 장면 △2007년 이세돌 9단의 화려한 등장 △박영훈ㆍ최철한ㆍ신진서 등 젊은 기사들의 군웅할거 등도 바둑 애호가들의 기억에 오래 남아 있다.
2003년 이후 3년간 휴지기를 거쳤던 명인전은 2016년 이후 다시 명맥이 끊겼지만, 2021년 바둑계의 염원과 함께 부활했다. 상금은 우승 6,000만원 준우승 2,000만원 등 총 2억원이다. 예선 대국료도 별도로 책정돼 있다. 제한 시간은 예선ㆍ본선 각 100분씩이며 초읽기는 1분 3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