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전당대회 출마 여부에 대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침묵이 길어지면서 당내 '이재명 불가론'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9 대선 전후 강성 지지층을 중심으로 확고한 기반을 다진 이 의원이 불출마할 것으로 보는 이들은 별로 없다. 그럴수록 비이재명계 의원들을 비롯한 원로들이 선거 패배론과 새 인물론을 띄우며 이 의원의 불출마를 전방위적으로 압박하는 모양새다.
당내 최대 의원모임인 '더미래' 소속 의원 41명은 16일 입장문을 통해 "다르게 생각하고, 새로운 구상을 갖춘 세력과 인물이 부상할 수 있어야 한다"며 "민주당의 얼굴과 중심을 바꿔내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량감보다는 도발적 상상력과 역동성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세대교체론을 주장했다. 이 의원을 거명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불출마를 요구한 것이다.
같은 날 우상호 비대위원장이 주재한 상임고문단 회의에서도 '이재명 책임론'이 제기됐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은 "중요한 전국단위 선거에서 연패를 했으면 그에 따른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는 것이 민주정당의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책임질 사람이 누군지 다 알지 않느냐. 그 사람들이 책임이 많아서 책임지는 게 아니라 그 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지는 것)"이라며 "후보로 나갔던 사람은 졌으니까 책임져야 하고, 당을 이끌었던, 선대위원장을 맡았던 사람도 상징적으로 책임을 안 질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선후보이자 지방선거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았던 이 의원을 겨냥한 발언이다.
비대위원인 박재호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서 "책임 질 사람이 너무 빨리, 자주 보이면 오히려 내부 갈등만 더 조장될 수 있다"며 "이제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이 의원을 압박했다. 전날 초선·재선의원들의 토론회에서 '이재명 불가론'이 분출한 이후 불출마 압박은 더욱 커지는 양상이다. 일부 친문재인계 의원을 중심으로 이 의원에 대한 '출마 반대' 연판장을 돌리려는 움직임도 같은 맥락이다.
이 의원은 당대표 선거 출마를 둘러싼 논쟁에 가담하기보다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윤석열 정부의 안보관을 꼬집으며 체급을 과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대신 친이재명(친명)계 의원들이 "특정인에 대해 출마하라 말라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며 반박하는 정도다.
당내에선 이 의원이 다양한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을 보이면서 출마선언 시기를 조율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 의원 측 관계자는 "지금은 말할 때가 아니라 들을 때"라며 "여러 의견이 자유롭게 나와야 한다고 보고 경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의원들의 거센 불출마론에도 '당원과 국민들의 요구'를 명분으로 출마를 선언할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세대 교체 차원에서 70·80년대생 의원들을 중심으로 제기된 '이재명·전해철·홍영표 3자 불출마론'도 성사가 어려울 전망이다. 전 의원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출마 의사를 밝히면서다. 당 일각에서 거론되는 집단지도체제는 이처럼 유력 후보들이 모두 출마할 경우를 상정한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