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장에서 맥을 못 추고 있는 'K뷰티'가 북미 시장 공략을 통한 돌파구 찾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국내 화장품 업계는 해외 매출 중 중국 비중이 최대 70%에 달하는데, 중국 시장 매출 감소로 전체 실적에 타격을 입자, 중국 의존도 줄이기에 나선 것이다. 10년 전엔 브랜드 진출로 초석을 다졌다면, 올해는 현지 유통망을 확보하고 현지 기업을 인수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
요즘 한국 화장품이 중국에서 예전만큼 인기를 얻지 못하는 이유는 ①MZ세대 중심으로 애국 소비를 권장하는 '궈차오(國潮)' 열풍, ②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봉쇄 정책 등 두 가지가 꼽힌다. 아모레퍼시픽의 1분기 해외사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1% 감소한 4,199억 원을, 영업이익은 19.5% 하락한 421억 원을 기록했다. LG생활건강도 중국 부진의 영향으로 1분기 매출이 19.2%, 영업이익은 52.6% 감소했다. 조소정 키움증권 연구원은 "올 하반기부터 중국 내수 소비 심리가 풀리면서 기저 효과에 따라 실적이 차츰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면서도 "글로벌 인플레이션 등 다양한 리스크로 불확실성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화장품 회사들은 하나같이 방향 키를 세계 최대 시장 미국으로 돌리고 있다.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에 따르면 ①화장품 시장 규모가 1,026억2,700만 달러(2021년 기준)에 달하는 미국은 중국 다음으로 한국 화장품이 많이 수출되는 나라로 지난 5년 동안 화장품 수출액은 약 87% 증가했다. ②한국 화장품을 글로벌화하고 미국에서 성공한다면 다른 나라로도 판로를 확장하기가 좀 더 쉬워질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했다.
③중국에 비하면 진입장벽도 낮다. 이민정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 선임 연구원은 "중국은 사전 인허가 규정을 강화하는 추세인데 반해 미국은 사전 승인 없이 통관 이후 검사하는 시스템이라 시장 진입이 상대적으로 쉽다"고 말했다. 또 ④중국은 온라인 플랫폼 규제로 활용 가능한 채널이 많지 않고 현지 플랫폼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지만, 미국은 한국 소비자에 친숙한 플랫폼 위주로 다양한 채널이 열려 있어 마케팅도 수월하다는 설명이다.
업계는 일단 올해는 현지 온·오프라인 유통망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화장품 전문점 '세포라'와 '덤스토어', '룩판타스틱' 등 유명 온라인 플랫폼에 입점해 1분기 북미 매출이 전년 대비 60% 증가했다.
LG생활건강은 2019년 미국 화장품 회사 '더 에이본 컴퍼니'를 시작으로 북미 사업권이 있는 유럽 더마 화장품 브랜드 '피지오겔', 미국 화장품 브랜드 '더크렘샵' 등 꾸준히 현지 회사를 인수하고 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더 에이본 컴퍼니는 통신 판매에서 강하다"며 "회사가 원래 가지고 있는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채널의 범위를 넓혀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한국만의 피부관리 기술과 문화가 현지 소비자에 차별화 포인트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다인종 국가인 만큼 기술력을 바탕으로 각각의 피부색에 맞는 맞춤형 화장품이 새로운 공략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미국은 한국처럼 단계별로 스킨케어를 하거나 낮과 밤을 나눠서 피부를 관리하는 문화가 발달돼 있지 않다"며 "한국만의 스킨케어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기 때문에 이 점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