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내가 남자 88명과..." 진실 혹은 매도? [몰아보기 연구소]

입력
2022.06.24 10:30
12면
왓챠 드라마 '베리 브리티쉬 스캔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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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사랑이었다. 두 사람은 열차에서 마주하자마자 서로에게 끌렸다. 공작 작위를 곧 이어받을 이언 캠벨(폴 베터니)은 이혼을 불사했다. 거부의 딸로 사교계의 여왕이었던 마거릿 위검(클레어 포이)은 이언의 저돌성이 싫지 않았다. 상류층인 두 사람의 사랑과 결혼은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다. 이언은 세 번째 결혼이었고, 마거릿은 두 번째 혼인이었다.

①자유분방하게 살았던 남녀

이언의 외양은 화려했다. 작위를 물려받으며 스코틀랜드 성과 영지까지 보유하게 됐다. 마거릿은 수선하는데 큰돈이 들어 남들은 애물단지로 여기는 성이 마음에 들었다. 성 단장을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이언은 마거릿 아버지로부터 투자 명목으로 돈을 끌어 쓸 수 있어 좋았다. 그는 수백 년 전 영지 바다에 가라앉은 스페인 옛 함선을 인양할 거금이 필요했다.

이언과 마거릿은 결혼하고서도 예전 생활 방식을 바꾸지 않았다. 자유분방한 삶을 살았고 서로의 이성관계를 구구절절 따지지 않았다. 서로 사랑하나 사생활은 간섭하지 않는, 암묵적 합의가 있었다.

②결혼은 돈 때문에 유지됐나

이언은 폭력적이었다. 술을 탐닉했고 가끔 약물에 절었다. 분노를 참지 못하면 폭력이 마거릿을 향했다. 마거릿은 그런 이언이 싫었으나 그럼에도 남편을 사랑했다. 이언은 사뭇 달랐다. 마거릿 아버지의 돈에 더 관심이 많은 듯했다.

시간이 지나고 이언이 바깥으로 도는 일이 많아지면서 마거릿 역시 다른 남자들에게 더 관심을 보였다. 언제 파경에 이르러도 어색하지 않을 지경이었으나 부부의 연은 이어졌다. 하지만 마거릿 아버지는 더 이상 돈을 빌려줄 수 없었다. 건지면 보물선이라고 하나 함선 인양에 들어가는 돈은 끝이 없다. 이언은 작위라는 빈 껍질만 지녔다. 이언과 마거릿 사이엔 큰 균열이 일기 시작했다.

③부정한 여인이라는 낙인

잠재돼 있던 갈등은 오해로 결국 폭발했다. 이언은 이혼을 결심했다. 마거릿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언은 마거릿의 부정을 물고 늘어졌다. 마거릿이 외간남자 88명과 놀아났다고 주장했다. 자신의 부적절한 행위는 개의치 않았다. 때는 1960년대. 여론은 이언에게 더 호의적이었다. 이언의 혼외 관계는 그럴 수 있는 일이었으나 마거릿의 경우는 용납될 수 없었다. 독립적인 여성 마거릿은 이언에게 지고 싶지 않았다. 사랑은 어느새 전쟁이 됐다. 세상은 두 사람의 싸움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주목했다.

드라마는 이언과 마거릿의 유별난 사연을 통해 당대를 돌아본다. 남녀끼리 자유롭게 성관계를 맺고 사생아를 낳으면서도 근엄한 척 모두 비밀로 묻어버리는 상류층의 이중성, 신분 유지를 위해 재물에 집착하는 속물성 등이 묘사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혼란스러운 사회상이 포개지기도 한다.

※몰아보기 지수: ★★★★(★ 5개 만점, ☆ 반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이언과 마거릿의 사랑과 이별은 당대를 떠들썩하게 할 만했다. 공작과 부호 딸이 치정을 빌미로 이혼법정에 선 사실만으로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드라마는 누구의 편을 들기보다 당시 일어났던 일을 최대한 사실적으로 전하려고 한다. 남성의 부정에 관대했던 당시 사회 인식, 마거릿의 억울함 등을 담담하게 묘사한다. 클레어 포이와 폴 베터니의 연기만으로도 흡입력을 얻는다. 육체적인 관계를 즐기면서 자신의 가치관을 지키려는 마거릿, 불량한 듯하면서도 교양을 챙기는 이언의 면면이 두 배우의 호연으로 표현된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