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제부터 법인·상속세까지 "묵은 숙제 다 풀자"는 경제단체

입력
2022.06.16 11:00
'근로시간 유연화' 건의, '세제개편 요구'  등 
윤 정부 규제완화 바람 타고 기업들 목소리 대변


주요 경제단체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기업 규제 개선 신호에 발맞춰 기업들의 목소리를 전하는 스피커로서 존재감 키우기에 한창이다. 주 52시간제 유연화, 중대재해처벌법 등 경쟁력 강화를 위한 규제 해소뿐만 아니라 내친김에 오랜 숙원사업이었던 법인세 인하, 상속세 개정, 기업인 사면 등까지 꺼내 들며 친기업 환경으로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전국경제인연합회. 전경련은 15일 고용노동부에 '근로시간 유연화를 위한 제도 개선방안 건의서'를 전달했다. 주 52시간 근무제를 유연화한 탄력·선택적 근무제를 최대 1년으로 확대하자는 게 주된 요구다. 김용춘 전경련 고용정책팀장은 "기업의 생산성을 저해하고 국가 경쟁력을 갉아먹는 요인이 될 수 있어 근로시간제의 혁신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전경련은 또 이날 기업인 사면과 관련한 설문조사(10∼11일 전국 18세 이상 성인 1,000명 대상) 결과를 공개하며 응답자의 과반인 50.2%(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가 사면 필요성에 동의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기업인 사면·복권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전경련의 활발한 행보는 이뿐만이 아니다. 윤석열 정부 출범을 앞둔 지난달에는 기획재정부에 '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법인세 세제개선 7대 과제' 보고서를 전달했고,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면 연 관광 수입 1조8,000억 원 등이 발생한다는 보고서를 만들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 시절 국정 농단 사건에서 정부와 대기업 사이에서 정경유착 창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문재인 정부에서 역할이 크게 줄었던 것과 다른 움직임이다.



경제단체, 민간 중심의 경제 환경 이끌기 위한 속도전


전경련 외에도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등도 민간을 중심으로 한 경제체질 개편에 속도를 붙이기 위해 이번 정부와 코드를 맞추고 있다.

경총은 이날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세제개편 토론회'를 열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16%에서 19.1%로 인상됐던 법인세 실효세율을 글로벌 수준인 15%로 낮추고, 상속·증여세 역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으로 인하해야 한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31일 "기업 투자와 국민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으로 집중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사안을 구체화한 것이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조세제도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경쟁력 있게 바꿔야, 기업 활력을 높일 수 있고 외국인 국내 투자 활성화를 유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총은 중소 영세업계에 주로 해당하는 최저임금의 업종별 구분 적용에 대해서도 "최저임금 일괄 인상은 일부 업종에서 오히려 수용률 저하와 고용 축소를 초래하고 있다"며 현 정부와 뜻을 같이했다.

대한상의는 2030부산엑스포 유치를 공약한 윤 대통령의 지원 당부에 따라 주요 기업들과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유치 총력 태세를 갖추고 있다. SK그룹은 최태원 그룹 회장 겸 대한상의 회장이 부산엑스포 유치지원 민간위원장을 맡은 직후인 1일 부회장급 최고 경영진들을 전면에 내세운 WE(World Expo) TF를 발족시켰다. 최 회장은 20∼2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 참석해 부산엑스포 유치 세일즈를 펼칠 예정이다.

또 삼성전자는 지난달 정현호 부회장을 팀장으로 한 30∼40명 규모의 유치 지원 TF를 가동했고,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말 김동욱 부사장을 중심으로 TF를 띄웠다.



문재인 정부에서 운신의 폭 좁아 위기감 팽배


경제단체들이 정권 초기부터 일제히 운신의 폭을 넓히고 있는 것은, 노동계를 중시한 전 정부에서 제대로 역할을 못한 탓이 크다. 이 때문에 최태원 회장이 지난해 2월 상의 회장직에 단독 추대된 뒤 "상의와 국가 경제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겠다"고 할 정도로 위기감이 팽배했다. 손경식 회장은 올해 2월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너무 노동조합에 편향적이었다"고 우회적으로 문 정부에 섭섭함을 표현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경제 주요 단체들은 정부, 정치권과 이해관계 충돌이 불가피하지만 지난 정부에선 기업들의 스피커 역할을 하기에는 힘든 환경이었다"며 "새 정부와 코드를 맞추며 경제적 불황을 틈타, 오랜 숙원 사업까지 해결하려는 단체들의 행보가 거침없다"고 분석했다.

박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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