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부 공백으로 민생은 뒷전... 여야 속내는 "시간은 우리 편"

입력
2022.06.14 17:30
4면
법사위 두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기싸움
양당 모두 '남 탓'하며 국회 공회전 거듭

여야는 21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을 두고 16일째 공전을 거듭했다. 핵심 쟁점인 법제사법위원장 배분 및 법사위 권한 조정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다. 화물연대 파업에 따른 후속 입법 조치는 물론 국무위원 후보자 인사청문회 개최 여부도 기약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여야는 국회가 문을 열지 못하는 책임을 상대에게 돌리고 있어 입법부 공백 상태가 장기화할 조짐이다.

법사위 권한 축소·사개특위 두고 샅바싸움

여야 원내지도부는 14일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기보다는 법사위원장 배분과 관련해 상대에 대한 성토에 열을 올렸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작년 여야는 국회법 개정을 통해 법사위 심사기한을 120일에서 60일로 대폭 축소하고 심사범위를 체계·자구심사로 한정했다"며 "(더불어민주당이) 법사위의 권한을 더 축소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견제와 균형 기능을 없애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도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의힘이 법사위원장을 국회의장 선출과 연계해 볼모로 삼고 국회 원 구성 역사를 과거로 돌리는 억지 행태에 매우 유감"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법사위의 체계·자구심사권 축소와 국민의힘의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참여를 협상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이 법사위원장을 맡는다는) 전직 원내대표 간 합의는 그동안 상원처럼 월권 행사를 한 법사위 기능을 정상화하자는 것이 전제였다"고 반박했다.

여야 모두 "아쉬울 게 없다"

여야는 입법부 공백 장기화에도 물러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민주당 원내 고위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국회를 정상화할 의지가 전혀 없다"며 "협상에 임하거나 그런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원 구성 협상도 지난 8일 이후 별다른 진전이 없다.

여기에는 '상대의 책임이니 우리는 아쉬울 게 없다'는 속내가 깔려 있다. 국민의힘은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거대 야당의 '발목 잡기' 프레임을 가동 중이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원 구성 지연을 이유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를 인사청문회 없이 임명할 경우 '정부·여당의 폭주' 프레임을 씌우겠다는 심산이다. 물가 폭등과 화물연대 파업 등 현안이 산적한 상황이지만, 여야 모두 원 구성이 지연될수록 상대 당이 불리해질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민생 나 몰라라' 비판에... 양당 민생 관련 기구 설치

다만 여야는 이 같은 '민생은 뒷전'이라는 비판을 의식한 듯 자구책 모색에 나섰다. 이날 민생우선실천단을 발족한 민주당은 화물연대 파업 해결을 위해 양당 대표 및 원내대표 간 '2+2 회동'을 제안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그러나 "정부가 중개자로서 역할을 하고 있어 지금 단계에선 정치권이 시간을 두고 생각하는 게 옳다"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국민의힘도 이날 당에 물가·민생안정특위를 설치하고 민생 안정 대책 마련에 나설 의향을 밝혔다.


강진구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