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양제츠 중국 공산당 정치국원이 룩셈부르크에서 13일(현지시간) 만나 북한 핵실험과 대만 문제 등 지역 현안을 논의했다.
백악관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설리번 보좌관과 양 정치국원은 5월 18일 전화통화 이후 룩셈부르크에서 만났다”며 “미중 관계의 핵심 이슈뿐 아니라 여러 지역 및 세계 안보 문제에 대해 솔직하고 실질적이며 생산적인 토론을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설리번 보좌관이 ‘양국 간 경쟁을 관리하기 위해 열린 소통 채널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미국이 지난달 인도ㆍ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를 출범시키는 등 대(對)중국 견제를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이번 만남은 사전 예고도 없이 이뤄졌다. 4시간 반 동안 진행된 대화 주제에는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문제와 핵실험 재개 우려가 포함됐다. 미 고위 당국자는 언론 브리핑에서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잇따라 발사하고 핵실험을 준비하는 징후가 포착된 상황에서 최근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에 대해 설리번 보좌관이 우려를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 올해 들어 잇따르는 무력 도발에 맞서 지난달 26일 유엔 대북 제재 결의안 채택을 추진했으나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하면서 불발됐다. 미 당국자는 “양측은 각자 입장과 현 상황을 보는 방식에 대해 밝혔다”면서 “설리번 보좌관은 북한 문제가 미중이 역사적으로 같은 이해를 가지고 함께 협력할 수 있는 영역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회동에선 대만 문제도 중점적으로 논의됐다. 설리번 보좌관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재확인하면서도 대만 문제에 관한 중국의 강제적ㆍ공격적 행동에 우려를 표했다. 미 당국자는 “중국 문제에 대한 미국의 목표는 양측이 서로 의도와 우선순위를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라면서 “이는 잘못된 의사소통을 피하고 위험을 줄이면서 건강하고 책임 있는 방식으로 관계를 관리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부연했다.
설리번 보좌관과 양 정치국원이 회동하면서 미국에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지난해 1월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두 정상은 화상회담이나 전화통화로 네 차례 대화를 나눴으나 아직 대면한 적은 없다. 미 당국자는 미중 정상회담이 논의됐느냐는 질문에 “수개월 안에 추가적인 만남이 있으리라 예상하지만, 현 시점에서 구체적으로 계획된 것은 없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