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S 공포'... 물가는 뛰는데 세계 성장률 전망은 연일 하락

입력
2022.06.0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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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 5개월 만에 세계 성장률 4.1→2.9% 낮춰
"스태그플레이션 위험 상당" 우려
OECD, 한국 성장률 전망 낮춰, 물가 4.8% 예상

스태그플레이션(S) 공포가 50여 년 만에 세계경제를 휩쓸고 있다. 치솟은 국제 에너지·곡물 가격이 경제성장 발목을 잡고 물가를 끌어올리며 세계경제를 침체의 늪으로 밀어 넣는 양상이다. 이미 고물가 충격을 겪는 한국 경제 역시 올해 성장률이 2%대 중후반까지 밀릴 것으로 확실시되면서 ‘S 공포’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다.

세계은행(WB)은 7일(현지시간) ‘세계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2.9%로 내다봤다. 우크라이나 사태 발생 전인 1월 전망치(4.1%)에서 1.2%포인트나 낮췄다. 지난해 성장률(5.7%)의 절반에 불과하다.

불과 5개월 만에 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하향 조정한 이유로 WB는 △2년 이상 지속된 코로나19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인플레이션 △국제 공급망 불안정성 △재정·통화 긴축 정책을 들었다. 이 같은 요인이 연쇄 충격을 몰고 오면서 선진국은 1월 전망치(3.8%)보다 1.2%포인트 낮은 2.6%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신흥국·개발도상국 성장률 전망도 같은 기간 4.6%에서 3.4%로 하향 조정했다.

둔화하는 성장세와 달리 물가는 크게 뛰고 있다. 지난달 유로존·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8%를 넘겼을 정도다. 이와 관련해 WB는 “세계 경제가 미약한 성장과 높은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하는 시기로 접어들 수 있다”며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이 상당한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경기 침체 속에서 물가가 지속 상승하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1970년대 두 차례 오일쇼크 이후 세계 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을 겪었다.

무역 의존도가 높아 세계 경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한국 경제 역시 스태그플레이션 경고음이 요란하게 울리고 있다. 세계 경제 위축과 고환율 여파로 수출 부진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고물가까지 겹친 탓이다.

주요 경제 기관은 이미 한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만 해도 8일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2.7%, 물가는 4.8%로 내다봤다. 지난해 12월 전망치보다 성장률은 0.3%포인트 낮추고, 물가는 2.7%포인트 올려 잡은 것이다. OECD 회원국에 대한 수정 경제 전망도 비슷해 성장률은 하향(3.9→2.7%), 물가는 상향(4.4→8.8%) 조정했다.

OECD는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해 “소비 회복 지연으로 회복세가 둔화하고, 우크라이나 사태로 물가상승률도 크게 확대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앞서 4월 국제통화기금(IMF)도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2.5%로 내렸고, 물가 전망치는 3.1%에서 4.0%로 높여 잡았다. 한국은행도 최근 올해 성장률 전망치(3.0%→2.7%)는 낮추면서 물가상승률은 상향 조정(3.1%→4.5%)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 경제는 석유류 등 공급 측면의 비용 상승 충격이 몰고 온 스태그플레이션에 이미 진입한 상황”이라며 “물가 안정을 위해선 기업·가구에 부담을 최소화하는 단계적인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세종=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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