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한국 경제가 0.6% 성장하는 데 그쳤다. 전 분기와 비교하면 0.7%포인트 낮아진 수치다. 수출이 버텨줬지만, 코로나19 재확산과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소비와 투자가 동시에 위축되면서 성장세가 크게 둔화했다.
전망도 밝지 않다. 주요국들의 경기 둔화에 따라 수출도 부진할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2.7%)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은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0.6%로 잠정 집계됐다고 8일 밝혔다. 지난 4월 속보치(0.7%)와 비교하면 0.1%포인트 더 낮아졌다. 성장률은 2020년 3분기(2.3%) 이후 7분기 연속 상승세를 기록하긴 했지만, 지난해 4분기(1.3%)와 비교하면 0.7%포인트나 떨어졌다.
위축된 소비와 투자가 경제의 발목을 잡았다. 민간 소비는 준내구재(의류 등)와 내구재(가구·통신기기 등) 등을 중심으로 전 분기 대비 0.5% 감소했고, 정부 소비는 전 분기와 같은 수준을 나타내면서 5분기 만에 증가세가 멈췄다.
1분기 경제를 떠받친 건 수출이었다. 수출은 반도체와 화학제품 등을 중심으로 전 분기 대비 3.6% 증가했다. 지난해 4분기(3.2%)와 비교해도 0.4%포인트 높아졌다. 1분기에 대한 기여도 역시 1.7%포인트를 기록하면서 민간 소비(-0.2%포인트)·건설투자(-0.6%포인트) 감소폭을 만회했다.
1분기 성장률이 주춤하면서 올해 전망치(2.7%)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대외 변수에 수출이 부진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데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어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졌고, 중국 성장률 둔화 등 수출에 악재 요인들이 많다”고 말했다.
수출을 대신해 내수 경기가 경제 성장을 견인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거리두기 완화로 소비가 살아날 것이란 전망이 높지만 내수 경기에 아직 온기가 돌지는 않고 있다. 더구나 급격한 소비 증가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 높아질 수 있어 경제 회복에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은 "지난 4월 소비 동향이 예상 밖의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2분기 GDP가 1분기를 하회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 4월 2년여 만에 거리두기 조치가 해제됐지만, 통계청 소매판매지수는 전월 대비 0.2% 감소하면서 소비 부진 우려를 키웠다.
다만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 달성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황상필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수출이 주요국 성장세 둔화 등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지만 방역 조치 완화나 정부 재정 지원 등으로 민간 소비가 살아나 2.7%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3만5,373달러를 기록해 전년 대비 10.5% 증가했다. 1인당 GNI가 3만5,000달러를 돌파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지난해 경기 회복과 더불어 원·달러 환율이 연평균 3% 떨어진 영향 등을 받았다. 지난해 실질 GDP 성장률은 속보치보다 0.1%포인트 올라간 4.1%로 2010년 이후 11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