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집' 광주에선 안 먹히나… 도시공사, 우선협상자 선정 불발

입력
2022.06.08 15:39

"누구나집 사업 모델이 지방에서도 작동하는지를 알아볼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3월 11일 광주광역시도시공사는 분양가 확정 분양전환형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아파트)인 이른바 '누구나집' 공급을 위한 민간사업자 공모에 나서면서 이렇게 밝혔다. 광주시도시공사가 남구 에너지밸리 내 D1블록(3만6,313㎡)에 전용 면적 60㎡ 518가구, 60~85㎡ 321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게 골자였는데, 수도권(9곳)이 아닌 지방에서 누구나집 사업을 추진하는 건 처음이었다. 누구나집은 무주택자면 누구나 집값의 10%만 내고 10년간 거주하다가 사전 확정 가격에 분양받을 수 있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개발 이익을 사업자와 임차인이 공유하도록 설계돼 주목을 끌었다. 당시 광주시도시공사는 "이 사업은 내 집 마련을 꿈꾸는 무주택 시민들에게 유리한 주택 정책"이라며 "앞으로도 사업대상지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후속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이 사업이 잘 될 것"이라던 기대와 믿음은 안타깝게도 두 달여 만에 꺾이고 말았다. 사업성 하락 문제가 불거지면서 민간사업자 공모 결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계획이 무산된 것이다. 광주시도시공사는 "국토교통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협의를 거쳐 재공모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지만 사업 포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광주시도시공사는 지난달 말 에너지밸리 누구나집 민간사업자 공모에 단독 입찰한 A사가 제출한 사업계획서를 평가한 결과 기준 점수 미달로 인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불발됐다고 8일 밝혔다. 공모지침서에 따르면 사업신청자가 1인일 경우 1차 평가(900점 만점)만 이뤄지고, 평가 결과가 765점(85%) 이상일 때 해당 사업신청자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데, A사는 746.2점을 받는데 그쳤다.

광주시도시공사는 A사의 사업계획으로는 사업성이 나오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광주시도시공사가 사업 출자자(리츠 출자금의 19.9% 출자)로서 투자 리스크 해소 없이는 사업 추진 등에 속도를 붙이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이 사업은 주택도시기금과 광주시도시공사, 민간사업자가 공동 출자자로 참여하는 임대 리츠(부동산투자회사)가 사업시행자로서 토지를 매입해 주택 건설 및 임대 운영·관리 등을 맡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광주시도시공사는 건설 원자재와 인거비 상승 등으로 인한 건설 공사비 급등이 사업성 평가에 나쁜 영향을 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3월 공모 이후 3개월 사이 건설공사비지수가 3% 올랐다. 공사비는 빠른 속도로 오르는데 분양가는 묶여 있으니 사업성에 대한 불확실성도 커질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누구나집 분양 전환 가격 상한(84㎡형 4억800만 원)이 너무 적다고 토로해 왔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건설 자재값이 더 오를 것이란 우려가 크다 보니 사업성 평가가 당초 예상보다 낮게 나왔을 수 있다"고 말했다.

광주시도시공사는 지역 최초 누구나집 사업이 시작부터 삐걱대자 고민에 빠졌다. 당장 이 사업을 계속 끌고 가야 하느냐는 현실론에 부닥쳤다. 광주시도시공사 관계자는 "이번 사업과 관련해 분양 전환 가격이 시세보다 저평가됐거나, 아니면 시세가 공사비 상승을 못 따라가거나 둘 중 하나인데, 이걸 검증하고 향후 사업 추진 여부를 검토해 봐야한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사업성이 확보되면 누구나집 민간사업자 재공모에 나서고 그렇지 않으면 다른 사업 방식을 찾겠다는 얘기다. 현재 사업 부지는 임대주택용지로 지정돼 있는 터라, 광주시도시공사가 누구나집 사업을 포기하고 다른 형태의 민간 임대주택 공급사업을 할 수도 있다.

집값이 정체되거나 하락하는 경우에 대한 대책이 부족하다는 점도 광주시도시공사로선 부담이다. 세입자는 10년 임대 후 가격이 낮다면 분양 전환을 하지 않을 수 있는데, 이렇게 되면 미분양 위험을 정부나 사업자가 부담하기 때문이다. 광주시도시공사 관계자는 "결국 누구나집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사업 안전성과 실현 가능성 확보가 관건"이라며 "국토부 등과 아파트 시세 조정 여부 등에 대한 협의를 거쳐 재공모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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