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 침체 가능성을 놓고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 논쟁이 심화하고 있다. 미국 경제에 '허리케인'급 위기가 닥쳤다는 암울한 전망이 확산하고 있지만, 반대 측에선 양호한 미국 고용과 소비 등을 근거로 경제가 침체 수렁에 빠지는 최악의 상황은 피할 것이라는 낙관론을 펼치고 있다.
조만간 공개되는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정점을 지난 것으로 판단되면, 낙관론은 더욱 힘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인플레이션 위험이 지속된다면 고강도 긴축에 따른 경기 침체 공포는 더욱 확산할 수밖에 없다.
6일(현지시간) 브루스 카스먼 JP모건체이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경기 침체가 임박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다른 국가들에 비해 경기가 둔화하겠지만, 올해를 넘기면서 경제가 후퇴를 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발언은 지난 1일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가 "경제에 허리케인이 닥칠 수 있다"고 경고한 것과 상반돼 눈길을 끈다. 당시 다이먼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역대급 긴축 파장 등을 우려하며 경기 충격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다이먼 외에도 적지 않은 전문가가 연준의 공격적 금리 인상과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 등을 감안할 때 경기 침체가 불가피할 거란 예상을 내놨다. 제인 프레이저 씨티그룹 CEO는 최근 "미국이 경기 침체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월가 유명 헤지펀드 매니저인 댄 나일스도 CNBC방송에서 "급등한 유가와 연준의 기록적 긴축을 고려할 때, 현 시점에서 경기 침체가 없다고 전망하는 건 매우 어려운 가능성에 베팅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국 경제가 버틸 것이란 전망도 만만치 않다. 긴축 쇼크와 대외 불안에 경기가 어느 정도 위축될 순 있어도, 후퇴할 가능성은 적다는 예상이다. 최악의 인플레이션이 어느 정도 정점 부근에 온 데다, 고용과 소비가 미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다는 논리다. 이날 골드만삭스는 "근원인플레이션이 둔화하는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연준의 금리 인상 과정에서 경기가 둔화하겠지만 침체는 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경기 침체 논쟁은 10일(한국시간) 공개되는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따라 결론이 날 전망이다. 시장에선 3월(8.5%), 4월(8.3%)에 이어 5월에도 미국의 물가 상승률이 8%대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4월에 이어 5월에도 상승세가 꺾인다면 '인플레 정점론'으로 미 경제가 연착륙(소프트 랜딩)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을 수 있다. 반면 5월 물가상승률이 8.3%를 넘어선다면 고강도 긴축에 따른 경기 침체 가능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전날 휴일 뒤 개장한 국내 증시는 인플레이션과 연준의 긴축 경계감이 확대되면서 약세로 마감했다. 코스피가 1.66% 하락했고 코스닥은 1.99% 밀렸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한 달여 만에 심리적 저항선인 3%를 재차 뚫으며 투자심리를 악화시킨 영향이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무려 15원 급등한 1,257.7원에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