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살려줄 테니, 넌 죽어” 내연녀 극단 선택 내몬 경찰관 기소

입력
2022.06.07 16:10

내연녀를 향해 “죽어라”고 협박한 경찰 간부가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간부의 내연녀는 결국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났다.

7일 검찰에 따르면, 인천지검 강력범죄형사부(부장 신준호)는 자살 교사와 협박 혐의로 인천 모 경찰서 소속 A(46) 경위를 구속 기소했다.

A경위는 지난해 11월 2일 새벽 내연녀인 B(사망 당시 46세)씨를 협박해 스스로 목숨을 끊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B씨가 “헤어지자”고 말한 것에 앙심을 품고, 3시간가량 전화통화에서 “나의 경찰 인맥을 총동원해 네 아들을 형사처벌해 장래를 망치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A경위는 B씨의 직장까지 운운하며 “세무조사를 받게 해 길거리에 나앉게 하겠다”고 겁을 줬다.

그는 통화 과정에서 B씨에게 “네 아들은 살려줄 테니까 너 스스로 목매 달아 극단적 선택을 하라”며 스스로 목숨을 끊을 것을 종용했다.

협박을 당한 B씨는 같은 날 오전 8시 30분쯤 인천 서구 가정동 한 빌라에서 극단적 선택을 해 숨진 채 발견됐다. A경위는 야간 근무를 마치고 오전 8시쯤 퇴근해 귀가한 뒤 숨진 B씨를 발견하고 112에 신고했다.

그는 검찰에서 “자신의 협박과 B씨의 극단적 선택과의 인과관계가 없다”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검찰은 A경위가 아들의 신변 이야기를 꺼내며 공포심을 유발하는 등 심리적으로 압박해 B씨를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판단했다.

검찰 관계자는 “피의자는 이혼 후 아들을 혼자 키우던 피해자에게 현직 경찰이라는 자신의 사회적 지위와 인맥을 과시하며 협박했고, 극단적 선택을 하게 했다”고 말했다.

이종구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