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승전 20주년... 제2연평해전을 기억하며
입력
2022.06.07 15:21
심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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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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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란 전쟁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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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 포성, 이번엔 멈출까… "하마스 양보" "이달 중 휴전" 청신호 잇따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올해 안에 끝날 수 있다는 낙관론이 또다시 제기되고 있다. 양측이 팽팽히 부딪혀 온 휴전 조건에서 하마스가 이스라엘의 요구를 전격 수용한 데 이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만난 미국 백악관 고위 관리는 '이달 중'이라고 구체적 시점을 못 박으며 긍정적 전망을 내놓았다. 다만 휴전에 미온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네타냐후 총리가 침묵하고 있어 섣부른 기대는 이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12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에 따르면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이스라엘에서 네타냐후 총리를 만난 뒤 휴전 협상 타결 가능성을 낙관했다. 기자회견에서 그는 가자지구 휴전 문제에 대해 "오늘 네타냐후 총리로부터 그가 협상을 타결할 준비가 됐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달 협상을 마무리하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특히 이스라엘·하마스 양측의 입장이 가까워졌다면서 "마지막 간극을 메우는 문제만 남았다"고 강조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회동에서 휴전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온라인매체 액시오스는 복수의 이스라엘·미국 당국자를 인용해 "네타냐후는 설리번에게 '가자지구 인질 석방 및 휴전 협정을 마무리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하마스가 한발 물러선 점도 휴전 성사 전망에 힘을 싣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랍권 중재자들을 인용해 "하마스가 가자지구 휴전 협정과 관련, 이스라엘의 핵심 요구 2개를 받아들이며 양보했다"고 이날 전했다.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주둔 유지' 조건을 수용하고, 휴전 시 석방할 인질 명단도 제출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휴전 후에도 필라델피 회랑·넷자림 회랑에 이스라엘군 주둔'(이스라엘) 주장과 '이스라엘군 완전 철군'(하마스) 요구가 대립하며 공전을 거듭해 온 휴전 협상이 하마스의 '양보'로 돌파구를 찾은 셈이다. 또 하마스가 석방 대상 인질 명단을 제공한 것도 지난해 11월 양측의 임시 휴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고 WSJ는 덧붙였다. '신속히 전쟁을 끝내라'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주문도 휴전을 앞당길 수 있다. 앞서 TOI는 트럼프 당선자가 네타냐후 총리에게 "나의 대통령 취임식(내년 1월 20일) 전까지 가자 전쟁을 끝내라"고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당선자는 지난 2일에도 하마스를 겨냥해 "내년 1월 20일 이전에 인질을 석방하지 않으면 중동은 지옥의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그럼에도 가자지구 휴전 가능성은 아직 안갯속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시리아 내 군사작전에 대해선 언급하면서도, 하마스와의 휴전 여부에 대해선 공개 발언을 삼가고 있다. WSJ는 "네타냐후는 하마스의 '후퇴'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내각 연정에 참여 중인 극우 정당이 '휴전 불가' 입장인 탓에, 정치 생명 연장을 꾀하는 네타냐후 총리도 줄곧 휴전에 어깃장을 놓고 있다는 의심을 받아 왔다. 실제 지난달 27일 이스라엘과 레바논 친(親)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 간 휴전 타결 당시에도, '가자지구 휴전은 오히려 더 멀어졌다'는 분석(영국 가디언)이 나왔다. 이스라엘이 레바논 전선에서 힘을 뺄 수 있게 되면서, '완전한 승리'를 노리는 하마스와의 전쟁에 공세를 집중할 수 있게 됐다는 이유에서였다. 결국 휴전의 키는 네타냐후 총리가 쥐고 있다는 얘기다.
12·3 불법계엄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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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탄핵안 가결되면 '한동훈 체제' 끝?... 최측근 장동혁에 달렸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하루 앞둔 13일 국민의힘이 내부 총질로 어수선하다. 탄핵안 가결이 점차 현실화하자 친윤석열계를 중심으로 한동훈 대표 '원흉론'을 제기하면서다. 한 대표에게 책임을 씌우고 최고위원들이 대거 사퇴해 당 지도부를 붕괴시키자는 내용의 '김옥균 프로젝트'가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친한동훈계는 친윤계의 억지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당 안팎에서 거론되는 김옥균 프로젝트란 '3일 천하'로 끝난 갑신정변처럼, 한 대표의 당권을 박탈 수 있다는 출처불명의 지라시다. 당초 친한계는 물론 친윤계에서도 공개적으로 불가능한 시나리오라며 부인했다. 그러나 12일 한 대표가 탄핵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이후 기류가 달라졌다. 친윤계인 김민전 최고위원은 "탄핵이 가결된다면 (지도부) 사퇴는 당연하다"고 공개적으로 압박했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따르면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4명 이상이 사퇴하면 지도부가 바뀐다. 친윤계 3명(김재원 김민전 인요한)이 모두 물러날 경우 친한계 장동혁 진종오 최고위원만 남는다. 그런데 장 최고위원이 6일 의원총회에서 "특검이든 탄핵이든 국회에서 통과된다면 즉시 최고위원을 사퇴하겠다"고 밝힌 사실이 알려지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탄핵안 처리와 한동훈 지휘부의 운명이 연동된 셈이다. 장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입장이 바뀌었다고 한 적 없다"고 못 박았다. 친윤계는 '한동훈 축출 작전'을 숨기지 않고 있다. 현재 당론인 탄핵안 부결을 유지하다가 가결되면 한 대표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울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한동훈 체제가 무너지면 비대위로 바뀌면서 친윤 핵심인 권성동 원내대표가 권한대행으로 당을 이끌게 된다. 친윤계 관계자는 "표결은 자유롭게 하되 당론 부결은 유지하면, 가결의 책임은 한 대표가 질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권 원내대표는 당론 유지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14일 의원총회에서 108명 의원의 뜻을 모아서 최종 결정하겠다"면서도 "지금은 탄핵 반대가 당론이다.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누고 신중히 결정을 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탄핵 심판을 받겠다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선 "대통령은 대통령의 입장이 있고 당은 당의 입장이 있다"며 "당이 대통령의 뜻에 따라 움직이는 정당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친한계는 순순히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선출이 아닌 지명직인 친한계 김종혁 최고위원은 MBC라디오에서 장 최고위원의 사퇴 가능성에 대해 "한동훈 지도부가 붕괴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역사적인 죄를 짓는 것"이라며 "그런 일에 동참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국 전 장관 일가 검찰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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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조국의 마지막 선물 "제 이름 대고 커피 받으세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 혐의로 징역 2년 형을 확정받은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수감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 집회 참여자들을 위해 커피를 선물했다. 조 전 대표는 13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14일 토요일 여의도 집회에 오시는 조국혁신당 당원과 시민들을 위해 '월간커피 여의본점'에 음료 333잔을 선결제했다"고 밝혔다. 그는 "제 이름을 대고 받으시라. 작은 이별선물이다"라며 카페에서 직접 결제를 하고 있는 사진과 영수증을 공유했다. 영수증을 보면 이날 날짜로 '필터커피' 333개가 결제됐다. 금액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이곳에서 파는 필터커피 1잔이 2,300원인 것을 감안하면 76만 원가량 결제했을 것으로 보인다. 조 전 대표가 왔다 간 월간커피 여의본점은 집회 기간 동안 시민, 경찰 등에게 커피를 무료로 제공해 왔다. 조 전 대표는 프랜차이즈카페보다 개인이 운영하는 카페에 도움을 주자는 취지에서 이곳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대표는 전날 대법원 확정 판결로 비례대표 의원직을 상실했다.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전날 사문서위조 및 행사, 업무방해,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조 대표에게 징역 2년과 600만 원의 추징 명령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지난 총선에서 비례대표 13번을 받았던 백선희 서울신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이날부로 조 전 대표의 의원직을 승계받았다. 조 전 대표는 16일쯤 수감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조 전 대표에게 당초 13일까지 검찰청에 출석할 것을 통보했다. 그러나 조 전 대표는 정당 대표직 인수인계, 당무위원회 참석 등 주변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검찰에 오는 15~16일로 출석을 미뤄달라는 연기요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대표는 전날 대법원 선고 직후 연 기자회견에서 "선고를 겸허히 받아들인다. 법과 원칙을 지키는 시민으로서 책임을 다하겠다"며 "여러분과 약속했던 염원을 완성하지 못한 채 잠시 떠나게 됐다, 더 탄탄하고 맑은 사람이 돼 돌아오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강, 한국작가 최초 '노벨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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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화두로 시작하고 끝난 한강의 노벨 주간… "시민들 용기에 깊은 감동"
"(한국에) 돌아가서 (불법계엄 선포 및 내란 사태) 상황을 주의 깊게 살펴보려고 합니다." 스웨덴에서 일주일 넘게 진행된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일정이 12일(현지시간) '노벨 낭독의 밤' 행사 참여로 모두 마무리됐다. 세계적 문인 반열에 올랐고 한국인 및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타이틀도 거머쥐었지만, 그는 시상식 등 다양한 부대 행사가 이어진 '노벨 주간'(5~12일)을 오롯이 즐길 수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12·3 불법계엄 사태와 그 후폭풍을 묻는 질문 앞에 계속 서야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는 12·3 불법계엄 이전의 마지막 비상계엄 시기의 비극,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뤘다는 점에서 그 역시 만감이 교차했을 법하다. 그러나 한강 작가는 시민들의 용기가 민주주의를 지켜냈다며 "끔찍하다고만 생각하지 않는다. 밖에서 보는 것처럼 절망적 상황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분노와 좌절 속에서도 '희망의 빛'을 찾으려 몸부림치는, 그의 작품 세계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한마디였다. '노벨 낭독의 밤'은 12일 스웨덴 스톡홀름 왕립드라마극장에서 열렸다. 노벨 주간 전체 행사 중 가장 마지막에 개최됐다는 점에서, 한강 작가가 대미를 장식한 셈이다. 극장 내 720석 규모 공연장을 빈틈없이 메운 청중은 현지 번역가 유키코 듀크와의 대담에 나선 한강 작가의 얘기를 숨죽인 채 경청했다. 영어로 건네진 질문에 한강 작가는 영어와 한국어를 섞어 답변했다. 첫 질문은 '민주주의를 훼손하려는 12·3 불법계엄 사태 탓에 한국을 떠나 스톡홀름으로 향하는 길이 얼마나 끔찍했느냐'는 것이었다. 한강 작가는 노벨 주간 동안 워낙 바빠 관련 뉴스를 미처 다 확인하지 못했다면서도 "'끔찍할 것 같다'고 하셨는데 그렇게 끔찍하지는 않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시민들이 맨몸으로 (계엄령에 동원된) 장갑차 앞에 서 있고, 맨주먹으로 군인들을 껴안으며 말린 모습들이 깊은 감동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6일 기자회견 때 밝힌 견해를 스웨덴인이 대부분이었던 이날 청중을 위해 거듭 전한 것이다. 시민들의 용기 배경에는 '소년이 온다'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해석에 한강 작가는 "과장된 평가"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그대로 두면 상황이 얼마나 나빠질 수 있는지 알기 때문에 모두가 걱정과 경각심을 갖고 행동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시위 현장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서 자신의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 모습이 담긴 사진을 봤다며 "뭉클한 마음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독재자의 딸'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2년 대선 후보가 된 사실이 '소년이 온다'의 집필 동기가 됐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여러 동기가 있는데 그것도 하나의 동기가 될 수 있겠다"고 답했다. 이날 행사에선 스웨덴어로 번역된 한강 작가의 작품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 ‘흰' 등에 대한 낭독도 이뤄졌다. 아직 스웨덴어로 번역되지 않은 '희랍어 시간'은 한강 작가가 직접 낭독했다. 사전에 안내되지 않았던 '깜짝 이벤트'였다. "정점에 이른 언어는 바로 그 순간부터, 더디고 완만한 포물선을 그리며 좀더 사용하기 편한 형태로 변화해 갑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쇠퇴이고 타락이지만, 어떤 면에서는 진전이라고도 부를 수 있을 겁니다." 이 소설은 실어증을 앓는 여자와 시력을 잃어 가는 남자의 관계를 그린 것으로, 그의 작품 중 "유일한 사랑 이야기"(한강 작가의 표현)다. 한강 작가는 이제 일상으로 돌아간다.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노벨상 수상을 계기로) 제 과거를 많이 돌아보게 됐고 내가 어디쯤 있고 어디에서 출발해 여기까지 왔는지 '좌표'를 파악하게 됐다"며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 조용히, 열심히 신작을 쓸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