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호’가 2022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 새로운 공격 옵션을 얻었다. 빠른 공수 전환과 왕성한 활동량을 보인 정우영(프라이부르크), 엄원상(울산)이 칠레전을 통해 벤투 감독에게 제대로 눈도장을 찍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6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칠레와의 A매치 평가전에서 황희찬(울버햄튼)과 손흥민(토트넘)의 골로 2-0으로 승리했다.
벤투 감독은 이날 공격진에 큰 변화를 택했다. 주로 2선에서 활약하는 손흥민을 최전방으로 올리는 이른바 ‘손톱’ 전술로 나섰다. 손흥민이 최전방에서 상대 수비수들을 몰고 다니면 2선에 배치된 황희찬, 정우영, 나상호(서울)에게 기회를 내준다는 전술이었다.
정우영은 이날 대표팀 선수 가운데 가장 눈에 띄었다. 경기 시작부터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이미 독일 분데스리가에서도 활동량을 인정받은 그는 손흥민에게 공을 이어주기 위해 그라운드 곳곳을 누볐다. 상대가 공격에 나서면 적극적으로 달라붙어 압박을 이어갔다.
정우영의 활약은 경기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전반 12분 하프라인까지 내려와 공을 받았고, 이를 전방으로 침투하는 황희찬에게 전달해 선제골 도움을 기록했다.
상대의 퇴장도 이끌어냈다. 후반 7분 상대의 빌드업 과정에서 정우영이 강력한 전방 압박으로 상대 수비의 실책을 유도했다. 이에 당황한 알렉스 이바카체가 정우영을 향해 위험한 태클을 시도했고, 경고누적 퇴장을 당했다.
후반 22분 조규성(김천)과 교체될 때까지 68분간 그라운드를 누빈 정우영은 총 41번의 터치를 가져갔다. 그러면서 도움 1회를 비롯, 슈팅 1회와 기회 창출 4회, 드리블 성공 1회, 볼 리커버리 2회를 기록하는 등 존재감을 뽐냈다.
벤투 감독은 경기 뒤 “정우영은 좋은 기술을 가진 선수이자 경기를 이해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며 “공수 양면에서 자신의 역할을 잘 해냈다”고 칭찬했다.
후반 교체 투입된 엄원상도 인상적인 장면을 남겼다. 그는 특유의 스피드를 앞세워 경기에 에너지를 불어 넣었다. 엄원상은 후반 36분 한국 페널티박스 부근에서 공을 잡고는 경기장 오른쪽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엄원상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는 선수는 없었다. 엄원상은 순식간에 상대 페널티박스에 도달하며 자신이 지닌 폭발적인 힘을 선보였다.
칠레 선수들은 정우영과 엄원상의 빠른 속도에 애를 먹었다. 에두아르도 베리조 칠레 감독도 경기 후 “한국은 공수 전환 스피드와 압박에서 뛰어났다. 거기서 첫 번째 골이 나왔다"고 말했다.
두 선수 모두 대표팀의 주축 멤버는 아니었다. 정우영은 지난해 3월 한일전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렀고, 11월에서야 2번째 경기에 나섰다. 이날 경기가 5번째 A매치였다.
엄원상은 2020년, 2021년 1경기씩만 A매치에 출전한 경험이 있다. 당초 이번 소집 멤버도 아니었으나 황희찬이 칠레전을 마치고 기초군사훈련을 위해 입소하는 상황이라 U-23 대표팀에서 긴급 발탁됐다.
벤투 감독은 "이번 A매치 기간에는 2주 동안 4경기를 치른다. 선수의 컨디션을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황의조를 제외한 것은 전략적인 결정이기도 했고 팀에 변화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두 선수는 칠레전을 통해 벤투호의 기존 공격 자원들과 다른 강점을 보여줬다. 플랜A가 들어맞지 않으면 다른 방법을 꺼내들어야 하는데, 속도를 앞세운 정우영과 엄원상이 벤투호의 새로운 공격 옵션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