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짠물 이자는 잊어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 맞춰 은행권이 예적금 이자율을 속속 높이고 있다. 지난해까지 사상 최저 수준(연 0.5%)의 기준금리 여파에 1%가 채 안 되는 수신금리를 제공했던 은행들은 최근 연 3%대 금리를 적용하는 예금과 5%대 적금까지 내놨다. 글로벌 증시까지 지루한 하락장을 이어가면서 주식시장을 이탈하려는 자금을 흡수하려는 은행권의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은행들은 경쟁적으로 수신금리를 올리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이 긴축에 속도를 내며 지난달 26일 기준금리를 연 1.75%까지 끌어올린 영향이다. 이에 따라 시중 자금은 안전하고 비교적 이자도 높은 은행으로 향하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정기 예적금 잔액(약 712조 원)은 한 달 새 16조 원 가까이 불었다.
실제로 시중은행의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는 평균 2%대 후반까지 올랐고, 일부 은행에선 연 3%대 금리를 적용하는 예금 상품까지 선보였다. 은행권 최초로 만기 1년 이상 정기예금에 3%대 금리를 적용한 인터넷 전문은행 케이뱅크가 대표적이다.
연 5% 이자를 주는 적금도 등장하고 있다. KB저축은행의 'KB꿀적금'(최고 연 5.0%), 신한은행의 '신한 새희망 적금'(최고 연 5.0%) 등이다. 케이뱅크는 1일 연 5.0% 이자(3년 만기)를 주는 '코드K 자유적금'을 출시했는데, 이틀간 당초 목표 계좌 수(1만 개)의 10배가 넘는 10만4,229계좌가 몰린 뒤 개설을 마감했다고 밝혔다.
물론 가입 한도나 우대금리 조건 등이 은행과 상품마다 천차만별인 만큼, 가입 전 꼼꼼한 확인이 필요하다. 통상 금리가 높은 예적금 상품은 가입 한도가 비교적 적어 실질적인 이자 혜택이 많지 않거나 번거로운 우대금리 조건을 만족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가령 'KB꿀적금'의 경우 가입 금액이 최대 10만 원 이내(1일 10만 원 추가 납입 가능)에 불과하다.
은행권에선 최근 증시 하락세와 맞물려 주식 등 위험자산에 몰렸던 돈이 은행으로 돌아오는 '역 머니무브' 현상이 뚜렷해질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증시에선 돈이 빠져나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언제든 증시에 뛰어들기 위해 증권사에 맡기는 돈을 뜻하는 투자자예탁금은 지난달 말 기준 57조5,671억 원을 기록했다. 1년 전(약 78조 원)과 비교해 20조 원이나 줄어든 결과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해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예고돼 있는 데다, 주가 상승이 불투명해진 만큼 은행을 찾는 시중자금은 더 불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