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R 규제 여파에... 기준금리 인상해도 거꾸로 가는 카드론 금리

입력
2022.06.0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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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R 규제로 카드론 실적 악화하자
출혈 경쟁 나선 카드업계
중·저신용자는 금리 인하 혜택 소외

기준금리 인상으로 자금 조달에 ‘빨간불'이 켜진 카드업계가 오히려 장기카드대출(카드론) 금리를 낮추고 있다. 올해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 카드론이 포함되면서 영업 실적이 악화하자 우대금리 등을 활용해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5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7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의 카드론 평균금리는 12.98%로 집계됐다. 올해 1월 13.66%였던 카드론 평균금리는 2월 13.54%→3월 13.26% 등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카드론 금리 인하는 기준금리 인상기에는 이례적인 현상이다. 카드사는 예·적금 등의 수신 기능이 없어 대출 사업에 필요한 자금의 70% 이상을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를 발행해 조달하는데,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여전채 금리도 함께 올라 카드사의 조달 가격 상승을 불러온다. 이렇게 되면 조달 비용 원가에 마진을 붙여 빌려주는 카드론 금리도 뛰는 게 일반적이다.

그럼에도 최근 카드론 금리가 역행하고 있는 것은 올해부터 DSR(연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눈 값. 총 대출금 2억 원 초과 차주에게 1금융권 40%, 2금융권 50% 적용)에 카드론이 포함된 것과 관련이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는 DSR 한도까지 대출을 받은 차주도 카드론을 활용할 수 있었지만, 올해부터는 이 같은 추가 대출이 불가능해졌다”며 “이 때문에 올해 1분기 카드론 취급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5% 가까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카드론 실적이 악화하자 카드업계는 2금융권의 DSR 상한이 1금융권에 비해 높은 점을 이용해 대출 여력이 있는 고객을 찾아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최근 카드론 영업은 1금융권으로부터 DSR 상한까지 대출을 받은 차주 중 급전이 필요한 이들을 찾아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한정된 고객을 대상으로 유치 경쟁을 펼치다 보니 카드론 금리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금리 인하 혜택서 소외되는 중·저신용자

일각에서는 이 같은 금리 인하 혜택이 정작 카드론 주 수요층인 중·저신용자에게는 돌아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각 카드사는 카드론 금리를 낮추기 위해 조정금리(우대금리·특별금리 할인 등)를 적용하고 있는데, 우대금리 혜택을 받는 차주 대부분이 고신용자라는 것이다.

실제로 카드론 이용자 중 고신용자 비율은 늘고 저신용자 비율은 줄고 있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고신용자에게 적용되는 카드론 금리(연 10% 미만) 구간의 차주 비율은 올해 3월 기준 15.52%로 올 초에 비해 4.15%포인트 증가한 반면, 저신용자에게 적용되는 금리(연 18~20%) 구간의 차주비율은 같은 기간 2.15%포인트 감소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중·저신용자는 여러 금융기관으로부터 DSR 한도까지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가 대부분이라 카드론 등 추가대출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며 “다음 달부터 DSR 규제 적용 대상이 총 대출금 1억 원 이상 차주로 강화하면 중·저신용자의 카드론 이용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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