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 모를 미국 총기사건…이번엔 판결에 앙심 품고 전 판사 총으로 쏴

입력
2022.06.05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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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용의자 퇴직 판사 집에 찾아가 총격
버지니아주 졸업파티서도 총격...1명 사망 7명 부상
캘리포니아주 총기난사 계획 세운 16세 체포
뉴욕주 반자동 소총 구매 연령 21세로 상향

미국에서 총기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엔 법원 판결에 앙심을 품고 퇴직한 판사의 집으로 찾아가 총으로 쏴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총기 난사 계획을 세우고 동참할 학생을 모집하던 16세 고교생도 경찰에 체포되는 등 미국 내에서 갈수록 총기 관련 공포가 커지고 있다.

4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 등에 따르면 위스콘신주 주노카운티 경찰은 전날 오전 6시30분경 뉴리즈번의 존 로머(68) 전 주노카운티 순회법원 판사의 자택에 무장한 남성이 침입해 두 발의 총성이 들렸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경찰은 용의자 더글러스 우디(56)와 4시간가량 대치하다 진입했으나 로머 전 판사는 의자에 손이 등 뒤로 묶인 채 총에 맞아 숨져 있었다. 용의자는 지하실에서 스스로 쏜 총에 맞아 중상을 입었다. 경찰은 용의자를 병원으로 이송하고 총기를 회수했다.

사건을 수사 중인 위스콘신주 검찰은 “법원 판결과 관련한 표적 범죄로 보인다”고 밝혔다. 위스콘신주 법원 기록에 따르면 용의자는 2002년 무장 절도 및 무기 불법 소지 혐의로 로머 판사로부터 유죄 판결을 받은 뒤 2005년 징역 6년형을 선고받았다. 용의자는 또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와 토니 이버스 위스콘신 주지사, 그레천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 등 12명가량의 고위 공직자들을 표적으로 삼은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해당 인사들에게 이 같은 사실을 고지하고 추가 범죄 여부를 확인 중이다.

이날 미국 버지니아주 중부 체스터필드의 한 고교 졸업파티에서도 총격사건이 발생해 20세 남성 한 명이 숨지고 10대 등 7명이 부상했다. 아직 용의자는 체포되지 않았다. 같은 날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도심 유흥가에서도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해 최소 3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다쳤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버클리에서는 총기난사 계획을 세우고 공범자를 모집한 16세 고교생이 경찰에 1일 체포됐다.

총기사건이 잇따르면서 미국에서는 총기 규제 입법화를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14일 버펄로 식료품점에서 총기난사로 10명이 숨진 뉴욕주 의회는 최근 반자동 소총을 구매 또는 소지할 수 있는 연령을 18세에서 21세로 올리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반해 캘리포니아주에서는 반자동 소총 구매 연령 상향 법안이 항소법원에서 위헌 판정을 받았다. 뉴욕주 법안 역시 법원 판결에 갈 경우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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