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는 원유 수출 세계 1위 국가다. 한때 또 다른 세계 타이틀도 가졌다. 1980년대 사우디는 밀 수출 세계 1위 국가였다. 1990년대 중반까지 밀 수출 상위를 유지했다. 사막에서 밀 농사가 가능했던 것은 관개농법 덕분이다. 사막 아래 지하수를 끌어올려 사막을 곡창지대로 바꿨다. 그러나 지하수 고갈 우려와 경제성이 문제였다. 정부가 농민들로부터 톤당 400~500달러에 밀을 매입해 매입가의 3분의 1에 수출하는 수지 안 맞는 장사였다. 1995년 사우디는 정책을 바꿨다. 자국내 생산을 포기하고 해외 밀 경작지에 투자했다. 그중 한 곳이 우크라이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세계의 식탁이 위협받고 있다. 두 나라는 세계 밀수출 1위, 5위이다. 가난한 나라에서 밀은 곧 생명줄이다. 신흥개도국은 가계수입의 25%를 식료품비로 쓴다. 특히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경우 40%에 달한다. 세계식량계획(WFP)은 올해를 가장 끔찍한 한 해가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외에도 기후 이상으로 곡물 생산 부진이 예상된다. 인도가 밀 수출을 금지하는 등 식량 보호주의도 확산되고 있다. 생산이 줄고 가격은 오르니 빈곤국의 고통은 클 수밖에 없다. 세계 곡물의 10%가 바이오 연료 생산에 사용된다. 또 많은 곡물이 동물사료용으로 생산된다. 식량을 두고 사람과 동물이 경쟁하는 비극은 막아야 할 것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사우디 정부가 식량안보에 관심을 더 갖게 된 것 같다. 'Vision 2030'에서 농업 분야의 발전을 통해 식량안보 달성과 농산물 수출국으로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고 한다. 밀 가격이 계속 오르면 사람들은 사막이든 산림이든 개간해 경작지를 확장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또다른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 이번 전쟁은 한 지역의 문제가 아니다. 인류의 미래가 달린 문제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