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양당 105석 대 소수당 4석'
기초의원 2인 선거구를 거대 양당이 독점하는 현실을 바꾸고자 6·1 지방선거에서 도입한 '3~5인 중대선거구제' 시범지역의 선거 결과다. 인지도가 낮은 제3당 후보도 지역 일꾼으로 뽑힐 수 있게 함으로써 풀뿌리 의회부터 다양한 정치세력 간 견제와 협력을 촉진한다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거대 양당의 축제'로 귀결됐다.
2일 기초의원 선거 중대선거구제 시범실시 지역 30곳(국회의원 선거구 기준 11곳)의 선거 결과에 따르면, 109개의 기초의원 의석 중 더불어민주당이 55석, 국민의힘이 50석을 확보해 96.3%를 차지했다. 소수당에서 당선된 기초의원 의석은 정의당과 진보당 각각 2석씩이었다. 전체 의석 중 3.7%에 불과했다.
현행 선거법은 기초의원을 한 선거구당 2~4인씩 선출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4인 선거구를 2인 선거구로 쪼갤 수 있어 거대 양당 중심의 기초의회 구조를 초래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4월 14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간사 간 합의로 3~5인씩 기초의원을 뽑는 시범지역을 지정, '2인 선거구 쪼개기'를 금지했다.
그럼에도 3~5인 중대선거구에서 양당 독점 현상은 바뀌지 않았다. 구의원 5명을 뽑는 서울 성북구 가선거구의 경우 민주당이 3석, 국민의힘이 2석을 차지했고 정의당 구의원 후보는 6위로 고배를 마셨다. 구의원 4명을 뽑는 서울 강서구 마선거구에선 민주당이 2석, 국민의힘이 2석을 차지했고 정의당 후보는 5위로 낙선했다. 소수당의 진출은 그나마 진보성향 유권자가 많은 광주 등에서 찾을 수 있었다.
소수당 진출이 저조한 배경에는 이번 선거가 국민의힘의 '국정 안정론' 대 민주당의 '정부 견제론' 양상으로 전개된 측면이 크다. 차별금지법 등 진보 의제를 내세운 진보정당이 가려지는 결과로 이어지면서다. 또 선거를 48일 앞두고 시범지역을 결정하면서 준비 부족으로 후보를 미처 공천하지 못한 사례도 있다. 시범지역인 충남 논산·계룡·금산에선 기초의회 선거구 7곳 중 4곳에 민주당·국민의힘·무소속 후보만 출마했다.
선출 정수는 늘었지만 선거구 획정이 소수당에 불리하게 이뤄진 경우도 있다. 남양주 사선거구는 2인 선거구에서 5인 선거구로 바뀌었으나 우리공화당 외에 소수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았다. 3인 선거구인 남양주 바선거구에서 2년간 출마를 준비했던 장형진 정의당 남양주 지역위원장은 출마 준비지역 중 일부만 사선거구로 통합됐다. 그의 입장에선 주력 지역은 3인 선거구로 남고, 연고가 거의 없는 옆 지역구가 5인 선거구로 확정된 것이다. 장 위원장은 "바선거구와 사선거구의 인구가 4,000명밖에 차이 나지 않아 각각 4인씩 나눌 것을 주장했지만, 민주당이 다수인 도의회가 원하는 대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에 비례대표 확대 등 다른 대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정개특위 간사인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제3당은 지역에 뿌리가 약하고 사람을 키울 수 있는 당력이 부족해 한계가 있다"며 "비례대표를 확대하거나 중대선거구의 출마 인원을 정당별로 제한하는 조치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