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납품 중소기업 "원자잿값 급등…납품대금 올려달라"

입력
2022.05.31 20:15
中企 "계약 조정까지 90일 기다려야 하지만
원자잿값 매달 뛰어 물가상승분 감당 어려워"


"원자잿값이 급격하게 상승하면서 납품단가를 맞추기가 만만치 않다. 인상분이 즉각 반영될 수 있도록 현실에 맞는 조정이 필요하다."(전기공업협동조합)

중소기업중앙회가 31일 한국전력과 개최한 '중소기업 현장애로 간담회'에선 '납품단가 조정'과 '납품기일 연장'으로 논의의 초점이 맞춰졌다. 불안정한 글로벌 공급망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원자재 가격은 매일 요동치지만, 현행 규정상 입찰일로부터 90일이 지나야 계약사항에 대한 변경요청을 할 수 있어서다. 보통 물가 변동이 심하지 않은 때에는 이처럼 분기별로 납품 단가를 조정해도 문제가 없었지만, 공급망 불안이 장기화한 현재는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한전에 변압기와 전선, 개폐기 등을 납품하는 전기공업협동조합과 한국전선공업협동조합 등 중소기업들은 이날 "원자잿값 상승과 가격 조정 사이의 시차가 길어질수록 중소기업은 벼랑 끝에 몰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김종우 전기공업협동조합 팀장은 "원자잿값은 거의 매월 오르는데 계약 사항을 조정하기 위해선 약 3개월을 기다려야 한다"며 "한전 측이 일정 부분 인상을 해줬지만 원가 부담이 지속적으로 증가한 데 비하면 납품대금에 반영되는 수준은 소폭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한 원자재는 수급도 원활치 않아 중소기업은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원자재 수급도 원활하지가 않아 납품 기일을 맞추기 어려운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현장에선 "현재 상황을 고려해 납품기간을 연장해달라"는 건의사항도 나왔다.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국가계약법) 제19조는 물가변동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을 규정하고 있다. 입찰일 기준 90일 이후 단가가 3% 이상 증감된 경우 계약 금액을 조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실제 한전은 지난해 물가변동제도를 통해 신청된 494건 중 492건에 대해 납품대금을 조정해줬다. 또 공급망 사태와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도 납품대금 조정을 활성화하고 협력업체의 편의를 높이는 한편 신속하게 업무처리를 할 수 있도록 '물가변동 자동조정 시스템'도 구축하고 있다.

양찬회 중기중앙회 혁신성장본부장은 "최근 국제 원자재 가격이 연일 폭등하면서 중소기업은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한전 등 공기업이 적극적으로 주도해 납품단가 조정 활성화 등 중소기업 제값 받기 환경을 조성하는 모범사례가 민간으로도 전파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제동 한전 자재처장은 "중소기업과 정례적인 만남을 통해 적극적으로 어려움을 해결하고 공정거래 실천에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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