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와 싸우던 26세가 한국 정치에 뛰어들었다."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이력을 소개한 경제전문 매체 블룸버그의 기사와 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온라인상에서 화제를 낳고 있다.
30일 블룸버그가 심층취재 코너를 통해 공개한 기사에선 박 위원장이 'N번방' 사건 조사를 거쳐 뛰어든 정치 입문 과정과 최근 활동까지 소개하면서 박 위원장에 대해 "한국 야당의 지도자이자 오랜 성차별에 지친 여성의 성화봉으로 떠올랐다"고 묘사했다.
블룸버그 보도에선 또 '남성연대' 등의 주장을 수용해 성범죄 무고죄 처벌 강화와 여성가족부 폐지를 내세웠던 윤석열 대통령의 주요 공약에 반발한 젊은 여성들이 대선에서 상대방으로 나선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고 대선 후엔 민주당에 대거 가입했다는 부분도 지적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박 위원장의 역할이 주효했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장은 'N번방' 사건을 추적하고 이를 폭로하는 프로젝트 '추적단 불꽃' 활동을 진행했고, 이로 인해 이재명 후보가 그를 만나 청년 여성 문제를 다루는 특별고문으로 영입했으며, 결과적으로 이 후보는 대선에서 패했지만 박 위원장은 민주당의 비상대책위원장 자리에 올랐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박 위원장이 "한국에 만연한 성희롱과 폭력,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의 젠더 정치에 분노한 한국 여성의 길잡이별(lodestar)"과 같은 존재가 됐다고 전하면서 "열정적이고 직설적인 활동가로서 미국의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 같은 타국의 밀레니얼 세대 정치인과 비견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와 동시에 박 위원장이 민주당 내의 성범죄 등 각종 스캔들에 직면하면서 여러 차례 공개 사과를 해야 했고,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의 혼란에 책임이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면서 "앞으로 민주당 혹은 한국 정치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는 불확실하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블룸버그는 간략하게 소개한 한국 사회의 성차별과 성범죄 문제를 박 위원장이 정치지도자로 부상한 원인으로 짚었다. 블룸버그는 "여성은 남성의 3분의 2를 받고 있으며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심각한 성별 임금 격차"라면서 "남성이 의회 의석 81%를 차지하고, 상장 기업 임원의 95%가 남성이며, 맞벌이 가정에서는 여성이 하루 평균 3시간, 남성은 54분 가사노동을 한다"고 묘사했다.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트워치(HRW)의 헤더 바 부국장은 "한국의 디지털 성범죄가 이미 존재하는 성차별로 인해 더욱 심각해진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장이 정치에 입문하기 전 '추적단 불꽃' 활동을 통해 맞섰던 'N번방' 사건의 주모자들은 사회적 공분으로 인해 가혹한 형벌을 받았지만 블룸버그는 이에 대해 '이례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법무부 자료에 의하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디지털 성범죄자의 81%가 집행유예 또는 벌금형을 받았고, 징역형의 82%는 형량이 10개월 미만이었다.
블룸버그는 "한국은 음란물을 거의 전면 금지한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지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채팅방에서는 다른 이야기"라며 "여성의 이미지와 비디오를 사고팔 수 있는 범위가 넓어졌으며 사이버 스토킹, 갈취, 여성에 대한 불법 촬영 등에 대한 보고가 급증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