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법과 원칙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았지만 이를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전략적 환경을 바꾸겠다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26일(현지시간) 조지워싱턴대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전략을 주제로 한 연설에서 “중국이 스스로 궤도를 바꾸기를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국제 시스템에 대한 우리의 비전을 진전시키기 위해 베이징을 둘러싼 전략적 환경을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지구상 어떤 나라도 현재의 국제질서로부터 중국보다 많은 혜택을 누리진 않았다”며 “하지만 중국은 그 힘을 그들의 성공을 가능하게 했던 법, 합의, 원칙, 제도를 강화하고 활력을 새롭게 불어넣음으로써 다른 나라들도 혜택을 받도록 하는 데 사용하는 대신 약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아래 중국 공산당은 국내에서 더욱 억압적이고 해외에서 더욱 공격적으로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국에 대한 대응으로 블링컨 장관은 향후 대중국 전략을 ▲자체 경쟁력 강화 ▲동맹 규합을 통한 협공 ▲중국과의 경쟁이라는 3대 원칙으로 제시했다. 블링컨 장관은 “바이든 대통령은 향후 10년이 매우 결정적일 것으로 본다”며 “이를 위해 바이든 행정부의 전략은 투자, 연합, 경쟁으로 요약될 수 있다”고 했다.
블링컨 장관은 “우리는 국내에서 우리의 경쟁력과 혁신, 민주주의 등 우리 힘의 토대에 투자할 것”이라고 했다. 구체적으로 인프라와 연구개발 등에 대규모 투자를 통해 과학ㆍ기술 분야 등에서 혁신을 선도하겠다는 얘기다.
그는 이어 “우리는 동맹과 우방국들의 네트워크와 함께 연합된 노력을 기울임으로써 공통의 목적과 공통의 대의를 증진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블링컨 장관은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ㆍ일본ㆍ호주ㆍ인도 등 4개국 협의체인 쿼드를 강화하고, 영국ㆍ호주와 ‘오커스’ 동맹을 새로 출범시켰으며, 이번 달 워싱턴에서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특별 정상회의를 개최한 데 이어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을 순방하고 인도ㆍ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를 새로 출범시키는 등의 연대를 강화해왔다고 소개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러한 두 개의 핵심 자산을 이용해 중국과 경쟁함으로써 우리의 이익을 방어하고 미래를 향한 우리의 비전을 건설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중국이 제기하는 도전의 범위와 규모는 미국 외교에 전에 볼 수 없었던 시험이 될 것”이라며 국무부 내 대중국 정책 전반을 조정하고 이행하는 총괄 팀인 ‘차이나 하우스’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블링컨 장관은 “우리는 갈등이나 신냉전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고, 반대로 이 둘 모두를 피하려고 마음먹었다”며 “우리는 주요 강대국으로서 중국의 역할을 봉쇄하거나 중단시키려는 것이 아니다”라고 경계했다. 그러면서 기후변화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 비확산ㆍ군비통제, 마약 퇴치, 글로벌 식량 위기 대처, 세계 경제 회복 등의 분야에서 중국과의 협력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대만 문제와 관련해 ‘하나의 중국’이라는 정책 약속을 인정하며,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도 재확인했다.
블링컨 장관의 이날 연설은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첫 아시아 순방을 마무리한 직후 진행됐다. 당초 이달 초로 예정됐지만 블링컨 장관이 코로나19에 감염되면서 연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