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신문, “박진 방일 후 한일 정상회담 조율할 것… 美 요구 때문”

입력
2022.05.26 14:43
요미우리, "바이든 정권, 대일 관계 개선 반복적 요구"
산케이, "기시다, 정상회담서 책임은 한국 측 주장"


박진 외교부 장관이 다음달 일본을 방문해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장관과 회담을 갖고 한일 정상회담 개최를 조율하기로 하는 등 윤석열 정부가 한일 관계 개선에 시동을 걸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26일 보도했다. 신문은 배경에 미 바이든 행정부 측의 반복된 요구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날 요미우리는 박 장관이 다음달 일본을 방문해 하야시 장관과 회담할 계획이며, “양국간 현안을 조속히 해결하겠다는 뜻을 직접 전달할 것”이라고 복수의 한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또 6월 하순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개최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때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참석해 첫 대면 회담을 하는 방안도 조율할 것이라고 추측했다. 한국은 이를 통해 ‘큰 틀에서 관계 정상화’에 합의한 뒤, 추후 윤 대통령이 방일해 기시다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현안을 연내에 일괄 해결한다는 2단계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요미우리는 “한일 관계 개선 움직임이 가속화하는 배경에는 한미일 공조 강화를 서두르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의향이 있다”면서, 다른 한국 정부 관계자가 “바이든 정부의 여러 고위 당국자들이 한일 관계 개선을 거듭 요구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고 전했다. 특히 중국을 겨냥한 새로운 경제 질서 구축과 반도체 공급망 강화를 꾀하는 바이든 정부는 일본이 한국에 대해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를 계속하는 상황을 한시라도 빨리 해소하고 싶어 한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정부는 일본에도 한일 관계 개선을 요구해 왔다. 이번 미일 정상회담에서도 기시다 총리가 이 문제로 바이든 대통령을 설득했다고 산케이신문이 이날 보도했다. 회담 당시 기시다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당신도 부통령 때 한일 위안부 합의에 찬성했지만, 그 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는 징용 소송 등을 포함해 문제 해결의 책임은 한국에 있다고 주장한 것이라고 산케이는 전했다.

2015년 말 한일 위안부 합의 당시 부통령이었던 바이든은 한일 관계 개선을 적극 추진했고, 외무장관이었던 기시다 총리는 주저하는 아베 신조 당시 총리를 설득하며 합의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한국에선 피해자와 충분히 논의하지 않은 채 이뤄진 ‘졸속 합의’라며 국민적 반발이 일어났다. 이어 문재인 정부 들어 화해치유재단의 해산, 일본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게 배상하라는 한국 법원의 판결 등이 이어지자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가 합의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해 왔다.

2015년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과거사 문제 해결을 포함한 양국 관계 개선은 한일 정부 모두에 정치적으로 큰 부담이다. 가장 큰 초점은 일본이 한국에 해결책을 요구해 온 징용 소송 ‘현금화’ 문제가 될 전망이다. 윤석열 정부는 한국 정부가 배상금을 일본 기업을 대신해 징용 피해자 원고 측에 지급하는 대위변제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원고 지원 단체 및 야당의 반발이 예상되므로 일본 측의 사과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요미우리는 추측했다. 다만 구체적 방안이 마련되는 것은 한국의 지방선거와 일본의 참의원 선거가 끝난 뒤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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