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입 온 후배 여성 부사관에게 술을 마시게 하고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해병대 전 부사관이 법원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제주지법 형사2부(부장 진재경)는 26일 군인 등 준유사강간(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해 성폭행에 준하는 행위를 한 것)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27)씨에게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또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해병대 부사관이었던 2017년 12월 1일, 같은 부대로 전입해 온 여성 부사관 B씨를 식당으로 불러내 술을 마시게 한 후 숙박업소로 데려가 성폭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건 직후 B씨는 이 같은 피해 사실을 상부에 보고 했지만, 상급자들은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며 B씨를 적극적으로 보호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B씨는 수 년간 피해 내용을 호소했으나, 해병대는 공군 성추행 사망사건이 일어난 직후인 지난해 6월에서야 뒤늦게 해당 사건에 대한 수사를 개시했다. A씨는 이미 전역해 일반인 신분이 됨에 따라 군사재판 대신 일반재판을 받게 됐다.
재판부는 "A씨는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서 피해 부사관을 상대로 범행을 저질렀다"며 "군부대에서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알리기도 쉽지 않은 현실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을 엄정하게 다룰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A씨가 법정에서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피해자와 합의한 점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또 "(A씨는) 피해자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길 바란다"며 "어떠한 경우에도 피해자 곁에 가지 마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