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충격에 빠뜨린 텍사스주(州) 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의 전모가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 비극이 되풀이되는 미국 사회에선 총기 참사를 막기 위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호소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미 공화당을 중심으로 총기 규제를 반대하는 세력의 힘도 여전하다. 둘로 갈라진 미국 사회는 총기 범죄 방지 방안을 찾아낼 기미가 없다.
25일(현지시간) 미 CNN,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하루 전 인구 1만6,000명의 작은 도시 유밸디의 롭초등학교에서 학생 19명, 교사 2명 등 21명을 총으로 쏴 숨지게 한 샐버도어 라모스(18)는 범행 전 자신의 공격 목표를 분명히 했다.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알게 된 캘리포니아주 15세 소녀에게 “무언가를 하려 한다”며 총기 사진에 대한 메시지를 보냈다.
24일 오전 유밸디의 집에서 할머니 얼굴에 총을 쏜 뒤에는 “내 할머니에게 총을 쐈다”는 글을 보냈고 총기 난사 15분 전에는 “초등학교에 총을 쏜다”는 예고까지 남겼다. 이어 오전 11시 30분쯤 학교 경찰과 총격전을 벌여 부상을 입히고 건물로 진입, 4학년 교실에 바리케이드를 쌓은 뒤 참극을 벌였다. 상황은 오후 1시 6분에야 경찰과 국경순찰대 등이 라모스를 사살하면서 종료됐다.
라모스가 총기 난사에 사용한 ‘AR-15형’ 군용 돌격소총은 미국 총기 난사 사건에서 자주 등장하는 무기다. AP통신은 일반 AR-15 소총은 400달러(약 50만 원), 라모스가 쓴 고사양 AR-15형 소총은 2,000달러(약 250만 원) 정도라고 전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총기 규제를 촉구했다. 그는 “18세가 상점에 들어가 전쟁용으로 설계되고 살상용으로 판매되는 무기를 살 수 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잘못됐다”며 “상식적인 총기 규제로 모든 비극을 막을 수는 없겠지만 상당한 영향은 줄 것으로 확신한다”라고 말했다.
미국 민주당도 총기 규제에 대한 입법 드라이브를 걸었다. 지난해 하원에서 처리된 뒤 상원에 계류 중인 총기 판매 시 신원 확인 강화 관련 법안 2건을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총기 규제 입법 전망은 밝지 않다. 총기 소지 권한을 보장한 미국 수정헌법 2조를 신성시하는 공화당과 총기업계 이익단체 전미총기협회(NRA)의 로비력이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원 공화당을 이끄는 미치 매코널 원내대표는 총기 규제 법안 처리 관련 질문에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텍사스 출신 테드 크루즈 공화당 상원의원도 총기 소유권 규제는 효과적인 대책이 아니고 학교에 더 많은 무장 경관을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2년 26명이 희생된 샌디훅초등학교 총기 참사 이후에도 규제를 강화하기 위한 법안이 추진됐지만 결국 흐지부지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번 사건 후 미국 사회의 반응을 ‘공포’, ‘몰이해’, ‘지친 체념’ 세 가지 키워드로 요약했다.
NRA는 이번 사건 직후 성명에서 총격범을 두고 “정신 나간 단독 범죄자의 행동”이라며 개인에게 책임을 돌리는 모습이었다. 26일부터 휴스턴에서 열기로 했던 연례회의도 강행키로 했다. 특히 이 자리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참석하기로 했고, 총기 참사를 수습해야 할 그렉 애벗 텍사스 주지사도 참석자 명단에 올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