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대통령 12명이 집무를 보고 거주한 청와대 핵심 공간의 문이 활짝 열렸다. '구중궁궐' 청와대에서도 가장 깊숙한 안쪽에 자리한 본관과 관저의 주요 공간이 26일 일반에 공개되면서다.
문화재청 청와대국민개방추진단이 25일 오후 사전 공개한 본관은 대통령이 업무를 보던 집무실과 외빈을 맞던 접견실이 있는 2층짜리 건물이다. 당초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 관저가 본관 구실을 했으나 노태우 대통령 때 '역사 바로 세우기' 차원에서 허물고 1991년 새로 올린 건물이다. 이후 1층은 집무실로, 2층은 대통령과 가족이 거주하던 관저로 사용했으나 1990년 새 건물을 지으면서 관저는 분리됐다.
정문을 통해 본관에 첫발을 들이면 레드카펫이 깔린 중앙 계단과 그 위로 김식 작가의 '금수강산도'를 마주하게 된다. 한반도 형상의 1991년 작품이다. 정해진 동선에 따라 관람객들은 1층에서 충무실과 인왕실을 둘러보게 된다. 본관의 동쪽 별채에 있는 충무실은 대규모 인원의 임명장을 수여하거나 회의를 하는 공간이었다. 외빈이 왔을 때 만찬과 공연을 하는 등 다용도로 활용됐다.
청와대 서쪽 산의 이름을 딴 인왕실은 한국적 요소가 많은 본관의 주요 공간들과 달리 서양식으로 꾸며졌다. 유백색의 벽과 촛대형 샹들리에가 분위기를 낸다. 간담회나 오·만찬이 열리는 소규모 연회장, 외국 정상 방한 시 공동기자회견을 열던 곳이다. 한쪽 벽면은 노무현 대통령이 작가에게 직접 주문해 구입한 전혁림의 2006년 작 '통영항'이 자리 잡고 있다.
대통령이 국정 현안에 대해 집무를 보거나 소규모 회의를 주재했던 대통령 집무실은 2층에서 볼 수 있다. 집무실은 대통령과 외빈이 만나던 접견실과도 연결돼 있다. 접견실 동쪽 벽면은 황금색 '십장생문양도'로 장식했고, 창문은 나무 창틀과 문살 위에 한지를 마감해 전통적 분위기를 연출했다.
다시 1층에 내려오면 영부인의 집무실이자 접견실로 사용됐던 무궁화실을 보게 된다. 역대 영부인의 사진이 벽면에 붙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는 별도의 영부인 공간이 없다. 이밖에 본관 내 국무회의실과 일부 사무공간 등은 공개되지 않는다.
본관에서 도보로 10분 정도 거리의 관저는 지난 10일 앞뜰이 개방된 데 이어 뜰로 난 창을 열어제낀다. 창문을 통해 거실과 침실 등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 세간살이는 다 빠졌지만 테이블과 의자, TV 등이 남아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현재로선 드라이한 공간인데 프로그램이나 부대시설 등을 개선하고, 안내해설도 붙일 예정"이라며 "추후 시설 점검과 최적의 동선 마련으로 더욱 원활한 관람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