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초중고교 절반은 여전히 '석면 학교'

입력
2022.05.25 16:45
환경단체, 전국 초중고 시설 석면 현황 조사
전체 학교 46%가 석면 잔존… 고교는 53%

전국 초중고교의 절반가량은 여전히 건물에서 석면이 제거되지 않은 상태라는 환경단체 조사 결과가 나왔다.

환경보건시민센터·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전국학교석면학부모네트워크 등은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환경보건시민센터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 학교 석면 현황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등학교 1만1,946개 중 45.7%인 5,454곳에 여전히 석면이 남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별로는 고등학교가 석면 제거율이 가장 부진해 전체의 53%(1,275개)가 석면이 남은 상태이고,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해당 비율이 각각 44.6%(2,816개)와 42.4%(1,381개)다.

지역별 '석면 학교' 비율은 전남(59%), 경남(58.8%), 서울(58.6%)이 가장 높았고 충북(56%), 충남(54.8%), 대전(52.3%), 경북(50%), 대구(45.8%)도 전국 평균보다 높았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충남 지역 고등학교는 10곳 중 8곳이 석면 학교일 정도로 지역 편차가 컸다"며 "이번 지방선거에서 선출되는 교육감들은 석면을 안전하고 신속하게 철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체들은 방학 기간에 이뤄지는 학교 석면 철거 작업에 대한 감시 활동이 코로나19가 유행한 지난 2년간 미진했다고 지적했다. 김숙영 전국학교석면학부모네트워크 활동가는 "집기류를 옮기지 않은 채 공사를 진행하거나 석면 잔재물을 치우지 않는 등 철거 안전기준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며 "학부모, 환경단체, 전문가로 구성된 감시체계를 갖춰 석면 철거 과정을 투명하게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밝혔다.

석면은 불에 타지 않는 특성 때문에 건축 자재로 널리 사용되다가 뒤늦게 악성중피종암, 폐암, 후두암 등을 일으키는 1급 발암물질로 지정돼 우리나라에선 2009년부터 전면 사용 금지됐다. 정부는 2027년까지 학교 시설 내 석면 자재를 모두 제거한다는 계획을 세워 실행하고 있다. 이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겨울방학 기간 전국 833개 학교에서 석면 철거 공사를 마쳤고, 올해는 995개 학교에서 공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나주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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