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경기침체 우려로 투자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글로벌 부호의 자산도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에서 가장 돈이 많은 부자 50명이 올해 날린 돈만 700조 원이 넘는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 억만장자지수를 인용, 전날 기준 세계 부호 50명의 자산이 5,630억 달러(약 712조 원)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스웨덴의 연간 국내총생산(GDP)을 웃도는 규모다.
이는 경기가 급속도로 냉각되면서 증시가 급락한 탓이다. 올해 들어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28%나 하락하고, 미국의 중대형 기업 중심인 S&P500지수 역시 18% 떨어졌다. 주식시장 하락세가 부호들의 재산에도 영향을 미친 셈이다.
세계 부호 순위 1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장부상으로만 691억 달러(약 87조 원)를 날렸다. 머스크는 보유 자산 대부분이 테슬라와 스페이스X 주식이기 때문에 약세장의 충격도 가장 컸던 것으로 보인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립자의 자산도 611억 달러(약 77조 원)나 줄었다.
프랑스 패션그룹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의 자산은 552억 달러(약 70조 원),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의 자산은 217억 달러(약 27조4,000억 원) 감소했다. 반면 ‘투자의 달인’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의 경우 오히려 자산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의 자산은 올해 12억 달러(약 1조5,000억 원) 늘어난 1,100억 달러(약 139조 원)로 집계됐다.
최근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암호화폐에 대한 투자 비중이 높은 부호들은 더욱 가파른 자산 감소세를 보였다.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 설립자인 중국계 캐나다인 창펑자오의 자산은 올해 들어서만 809억 달러(약 102조3,000억 원)나 줄어들었다. 50대 부호의 자산 감소액 중 가장 큰 액수다. 이 때문에 보유 자산액이 149억 달러(약 18조8,000억 원)로 급감한 그는 부호 순위에서도 50위 바깥인 113위로 밀려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