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년간 급등세를 이어 온 주택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선 공급 확대에 주력해야 한다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나왔다. 수요에 영향을 주는 금리 인상 등의 정책은 서울 같은 일부 지역 집값만 떨어지는 등 그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게 그 이유다. 특히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상향하는 식의 대출 규제 완화는 서울 집값을 끌어올릴 가능성이 큰 만큼, 다양한 지역에 걸친 공급 확대가 과도한 집값 상승을 막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은 23일 이런 내용을 담은 '자산으로서 우리나라 주택의 특징 및 시사점'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냈다. 한은은 공급 측면(주택 공급)과 수요 측면(금리 등 조달비용 및 대출규제 변동)의 정책 충격이 주택의 자산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여기서 자산가치란 주택의 매매가격에서 전·월세 등 주거서비스의 가치(임대료)를 차감한 결과다. 즉 주택의 자산가치가 커질수록 임대료 대비 매매가격 비율은 높아진다. 반면 매매가격보다 임대료가 더 많이 오른 경우라면 자산가치는 줄어든다고 할 수 있다.
한은 분석 결과, 주택 공급 증가는 지역과 주택 유형에 관계없이 주택의 자산가치를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주택 자산가치가 높은 서울은 물론 지방에서도 주택 공급이 늘면 자산가치 하락 효과가 뚜렷했다. 하지만 수요 정책은 주택가격 안정에 한계를 보였다. 가령 금리가 올라 집값이 떨어지는 효과는 서울 지역에 국한돼 나타났다.
LTV 규제 완화의 경우엔 서울과 지방 간 양극화가 뚜렷하게 발생했다. 느슨해진 대출규제는 서울 지역 아파트 자산가치는 상승시키는 데 반해, 지방 아파트 자산가치는 떨어트렸다. 대출 규제가 풀리면 서울 아파트 구입 여건이 개선돼 서울의 대체재로 여겨졌던 지방 아파트 수요는 꺾이기 때문이란 게 한은의 설명이다.
이에 한은은 주택시장 가격 안정을 위해선 공급 확대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과거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아파트 위주의 공급 정책이 주택을 거주의 개념이 아닌 자산으로 보는 인식을 강화시켰다고도 분석했다.
보고서를 쓴 성병묵 한은 조사국 국제무역팀 차장은 "주거복지에 중점을 둔 일관된 공급정책으로 자산가치의 과도한 상승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며 "양적 측면 뿐 아니라 실거주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질적 요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공급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