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바이든도, 돌아오는 트럼프도... ‘무더기 사면’ 정치적 노림수는?
미국의 현직 대통령과 차기 대통령이 한날 ‘대규모 사면’을 단행 또는 예고하고 나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역대 최대 규모인 1,539명에 대한 사면·감형 조치를 취했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자도 취임 첫날 ‘1·6 의사당 폭동’ 사태 관련자를 사면하겠다고 공언했다. 다만 양쪽 모두 정치적 의도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12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39명에 대한 사면, 1,500명에 대한 감형 조치를 단행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에서 “성공적으로 재활을 마치고 지역사회를 더 안전하게 만드는 데 헌신한 39명을 사면한다”고 발표했다. 마리화나 소지 등 비폭력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들이 대상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현재 법, 정책, 관행에 따라 기소될 경우 더 낮은 형을 선고받을 1,500명의 장기 징역형을 감형한다”고 덧붙였다. 대부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전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교도소에서 석방돼 자택 격리 중인 사람들 중 아직 형기가 종료되지 않은 이들이다. 백악관은 이번 사면·감형 인원에 대해 “단 하루에 이뤄진 가장 많은 숫자”라고 설명했다. 내년 1월 20일 취임을 앞둔 트럼프 당선자도 취임 직후 대규모 사면을 하겠다는 뜻을 거듭 내비쳤다. 이날 공개된 시사주간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1·6 사태로 기소된 피고인 대부분을 취임하자마자 사면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자는 ‘피고인 전부를 사면할 것인가’라는 재확인 질문에 “사안별로 하겠지만, 비폭력적이었던 사람들은 (충분히) 큰 처벌을 받았다고 본다”며 “취임 후 1시간 안에 (사면을) 시작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른바 1·6 사태는 2020년 11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당선자가 패하자 극렬 지지자들이 이듬해 1월 6일 워싱턴 의사당에 난입한 사건이다. 시위대와 의회 경찰 간 무력 충돌이 빚어지면서 5명이 숨지고, 경찰관 184명이 다치는 비극을 초래했다. 기소된 사람만 1,350명에 달하고, 이들 중 900명 이상이 유죄 판결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양측의 사면 모두 ‘국민 통합’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바이든 대통령의 사면·감형 조치에 대해 WSJ는 “이달 초 아들 헌터 바이든에 대한 ‘깜짝 사면’으로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 일각의 비판을 받은 후에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총기 소지·탈세 등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헌터를 지난 1일 사면한 데 대한 비난 여론을 희석시키려는 의도가 다분하다는 뜻이다. 트럼프 당선자의 사면 예고도 마찬가지다. 1·6 사태가 미국의 민주주의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혔다는 역사적 평가에도 아랑곳없이, 지지 세력만을 위한 ‘선심성 사면’이라는 이유에서다. 미 연방 하원에서 ‘트럼프 저격수’로 활동한 뒤 상원으로 무대를 옮긴 애덤 시프 상원의원 당선자(민주·캘리포니아)는 “1·6 폭동 관련자들에게 사면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