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의 학교·숙소 부지로 사용돼 토양오염 등으로부터 비교적 안전할 것이라던 용산 미군부지가 사실은 발암물질 범벅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곳에서 발생한 유류 유출 사고도 총 3건에 달한다.
19일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환경조사 및 위해성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내달 반환 예정인 용산 미군기지 내 숙소·학교 부지의 82%가 1지역 우려기준을 초과했다. 1지역은 주거·학교·공원·사적지 등이나 어린이 놀이시설이 설치되는 부지 기준이다.
1급 발암물질인 다이옥신도 검출됐다. 일부 지역에서 검출된 다이옥신의 최고농도는 5,568.7피코그램(pg-teq/g)으로 오는 7월부터 새로 적용되는 1지역 기준치(160피코그램)보다 34.8배 높았다. 또 다른 1급 발암물질 비소도 1지역 기준치 대비 39.9배를 초과했고, 기름 오염 물질인 석유계 총 탄화수소(TPH)는 23.4배, 폐렴을 유발하는 크실렌은 7.2배가 넘었다. 이밖에 구리, 니켈 등 10여 개 발암물질도 함께 검출됐고, 지하수에서도 TPH가 기준치보다 2.73배 높게 나왔다.
이뿐만이 아니다. 해당 부지에서는 2002년, 2003년, 2014년에 걸처 총 3번의 유류 유출 사고가 발생했다. 2003년 발생한 유출 사고의 경우, 미군기지 내 초등학교 건물 인근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보고서는 내달 6일 숙소 및 학교 부지 반환을 앞두고 한미 공동환경평가절사서 등에 따라 수행된 조사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지난해 5월 11일부터 이틀간 한미 공동으로 현장을 방문해 조사를 실시했다.
문제는 이처럼 부지 내 오염의 정도가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를 곧장 시민에게 개방하겠다고 밝힌 점이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해당 부지가 미군 장교들의 숙소나 학교 등으로 사용돼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장관은 지난 17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야당 의원이 토양오염의 심각성을 지적하자 "중요한 데이터는 맞지만 얼마 전까지 미군이 생활한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부지를 임시개방했을 때 문제없는 수준이라고 설명받았다"고 말했다. 정부는 부지 반환이 완료되면 임시조치만 한 뒤 연내 개방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