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센 캄보디아 총리와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 당선인이 이국 땅에서 곤욕을 치렀다. 37년간 철권통치를 이어온 훈센과 '독재가문' 출신인 마르코스에 대한 뿌리 깊은 반감이 해외에서도 표출된 것이다.
19일 크메르타임스와 시드니 모닝헤럴드 등 현지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훈센 총리는 지난 11일 미국 워싱턴의 윌러드 호텔 인근에서 지지자들과 기념사진 촬영 행사를 진행했다. 이때 군중 속에서 신발 한 켤레가 훈센 총리를 향해 날아갔다. 신발은 사진을 찍으려던 한 지지자의 휴대폰에 먼저 부딪혀 훈센 총리에 닿지는 못했지만, 놀란 훈센 총리는 황급히 자리를 피했다.
신발을 투척한 인물은 캄보디아계 미국인 A(72)씨였다. 현장에서 체포된 그는 미국 경찰의 조사에서 "훈센의 통치에 항의하기 위해 행동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A씨는 석방돼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자택으로 귀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봉변을 당할 뻔한 훈센 총리는 귀국 후 성난 마음을 여과없이 표출했다. 그는 지난 17일 수도 프놈펜에서 열린 청소년 자원봉사단 발대식 현장에서 "미국 정부가 신발 투척 사건을 표현의 자유 영역으로 간주한다면 이 세상에 법과 질서는 없는 것"이라며 "내가 직접 A씨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지 않겠지만 미국 정부가 알아서 법적 조치를 취해주길 기대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르코스 당선인은 호주에서 돌발 상황을 겪었다. 제17대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한 그는 지난 16일 멜버른에서 대학을 다니는 아들 빈센트를 만나기 위해 가족들과 함께 출국했다. 당시 그의 동선은 선거캠프 내에서도 비밀로 부쳐졌으나, 호주 언론이 그의 입국 사실을 전하면서 공개됐다. 다음 주 국회에서 대통령직 수락 연설을 하기 전 잠시 개인적 시간을 보내려던 계획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소식을 들은 '반(反)마르코스' 계열의 호주 거주 필리핀인들은 17일 빈센트가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 앞에 모였다. 이들은 '독재 반대' 등의 피켓을 들고 "필리핀 국민들에게 불행을 안겨 준 마르코스 가문은 호주에서 환영받지 말아야 한다"고 외쳤다.
호주의 돌발 상황을 확인한 필리핀의 마르코스 선거캠프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빅 로드리게즈 캠프 대변인은 "타국에서 같은 국민을 망신주는 것은 필리핀인들의 성정과 맞지 않다"며 "시위를 벌인 이들은 증오에 사로잡혀 있는 소수의 인원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마르코스 측은 취임 전 관련 논란이 더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시위대에 대한 처벌이나 조사를 요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